독자위원석-새로운 접근을

입력 2003-03-28 09:21:52

매일신문 하면 최석채 선생이 떠오른다.

선생으로 상징되는 정론의 시대, 그 시대는 가고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이제 신문은 여러 언론매체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아직도, 특히 이 지역에서 매일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언론매체끼리 물고 뜯고, 이를 권력이 부채질하는 혼탁한 시대에 정론지 매일의 책임은 예보다 더 무겁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일에 대한 바람은 시대의 변화를 적절히 수용하였으면 하는 것이다.

영상매체를 보며 자란 세대에게 매일의 지면은 깔끔, 산뜻한 느낌 대신 무겁고 칙칙함으로 와 닿을 것 같다.

활자에서부터 영상, 기사배열 등 모든 점에서 보다 젊고 싱싱한 감각이 배어있으면 한다.

기사내용도 정치적이거나 사건성의 경성기사에서 스포츠, 문화, 사회, 경제 등 우리주변쪽으로 관심이 좀 더 모아졌으면 한다.

기사의 깊이도 업그레이드 되었으면 한다.

이제 독자들은 언론의 계몽대상이 아니다.

각계각층의 독자들은 각자 전문지식과 정보로 무장을 하고 세상을 살아가고, 각자 다양한 시각을 지니고 있다.

저널리즘이란 본질적 한계가 없지 않을 것이나 심층의 정확한 보도는 현대지식사회에서 언론의 생명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지하철사건에 관한 기획기사(3월4일자 남은자의 할 일)는 돋보였다.

그런데 3월1일자 18면은 어느 시골학교 졸업생 46명 전원이 대학진학을 하였고, 동창회 등이 합심하여 떠났던 농민들이 다시 돌아온다는 감동적인 사연을 전한다.

기사내용도 아주 상세하다.

그러나 많은 대학이 입학정원도 못 채우고 있는 사실은 염두에 두는지, 곳곳에서 쉴새없이 나타나는 이농현상을 체크해 보았는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체벌이야기도 나오는데, 공감하지 못하는 독자도 적지 않으리라. 지방분권이 이즈음의 관심사이나, 서울과 대구 사이뿐만 아니라 대구와 안동사이에, 안동과 예안사이에도 동일한 문제가 그대로 존재한다.

소외되는 지방과 교육문제 등에 대한 고민보다, 미담거리 기사로만 남은 것 같아 아쉽다.

때로는 적절한 해설기사를 곁들이는 것도 독자들에 대한 서비스이다.

2월26일자 23면에는 경북도청 컬링팀의 기사가 났다.

모교방문도 좋고, 세계를 재패하겠다는 의욕이 불타 더욱 좋다.

그런데 도대체 '컬링'이란 경기 종목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고 어느정도 보급되었으며 세계제패는 어떤 의미가 있는것인가. 독자들은 그것을 알고 싶다.

거두절미 홍보성 기사는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지면을 아꼈으면 한다.

경쟁지와 똑같은 지면을 가지고 더 정확하고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면 마다할 독자가 있겠는가? 기사 타이틀을 어떻게 잘 달아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가를 늘 연구하고 고민하였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매일은 중앙지에 비하여 노력이 달리는 것 같다.

3월14일자 경제면에는 '우방·청구·갑을 전 경영주 비리수사 대구지검, 대검서 분담'이란 장대열차형 제목을 뽑고 있고, 기사내용에는 친절 장황하게 그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다.

제목도 기사이다.

강렬하고 산뜻한 제목, 그것과 중복되지 않는 예리하고 세련된 내용기사로 독자에게 다가갔으면 한다.

매일신문은 지방지이다.

이 지역에 관한한 세계 최고의 정보와 분석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번 지하철 사건때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모든 정보는 중앙중심으로 생산, 축적되기 마련이고 지방은 모든 것의 변방이라 정보의 수급, 저장 시스템도 원활하지 않아 기사화의 어려움이 크겠지만 매일은 지방의 것으로서 막강한 중앙지와 승부를 겨뤄야 한다.

지방의 과제와 지방인의 삶에 관하여 중앙지의 수준의 안목으로 조명하고 분석하였으면 한다.

오늘날 한국인의 과제가 세계화이듯 지방도 이제 중앙의 그늘을 벗어나 세계로 열려있어야 한다.

이 지역의 정치, 경제, 교육, 행정 등 각 분야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재정립되지 아니하면 퇴락은 불보듯하다.

매일이 앞장서서 우리 지역과 지역주민이 국제수준의 행동감각과 사고를 지니도록 가이드해주기 바란다.

매사가 그러하듯 신문의 경쟁력도 결국은 인적자원의 수준과 자본력에 귀결될 터이지만, 다소 처지는 자원으로도 결국은 우위를 점한 사례 또한 얼마나 많은가? 적절한 전략과 효율의 극대화가 매일의 미래를 지켜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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