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는 기분요? 좋습니다".
화창한 봄 햇살이 내리쬔 26일 오후 대구 두류공원. 노란 조끼를 입은 시각장애인들이 자원봉사자들과 짝을 이뤄 2인용 자전거의 페달을 힘차게 밟고 있었다.
핸들을 잡은 봉사자들이 눈 역할을 맡아주는 덕분에 자신의 힘으로 움직이는 자전거 타기의 상쾌함에 들뜰 수 있었던 것. 몇몇 저시력 장애인들은 혼자서도 자전거를 탈 수 있다거나 되레 봉사자들을 태워 주겠다고 너스레를 떨기까지 했다.
이날 행사는 대구시각장애인복지관 주최로 열린 '제1기 자전거 교실'. 20명의 시각장애인과 영남대 자전거 동아리 '바이커' 소속 학생 등 20명의 자원봉사자가 참가했다.
30분 가량 워밍업을 마친 이들은 자전거를 나눠 타고 한 시간 가량 공원을 누볐다.
시각장애 3급 김문호(45.대구 월성동)씨는 "여기 오기 전부터 아이가 된 것처럼 기분이 들떴다"며 "시각장애인들은 평소 걷기도 자주 않기 때문에 오늘 자전거 타기는 모처럼만의 전신 운동이 됐다"고 했다.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시력을 잃었다는 김성목(62.대구 내당2동)씨는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니 다리가 후들거린다"면서도 "기분은 최고"라고 했다.
손자 장성열(9.광명학교2년.전맹)군이 자전거 타는 모습을 지켜보던 임문자(62.대구 두류동) 할머니는 "우리 성열이는 옆에서 방향만 가르쳐 줘도 혼자서 자전거를 곧잘 탄다"고 자랑했다.
할머니는 "나는 앞을 못봐 길도 잘 모른다"는 손자의 말에 늘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대구시각장애인복지관 서관수 팀장은 "시각장애인들의 이 행사 참여 희망이 많아 자전거 교실을 격주에 한번씩 열기로 했다"며 "오는 5월엔 경주로 가 자전거 하이킹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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