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사칭, 非理의 조짐들

입력 2003-03-26 13:00:19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매지 말고, 오이밭에서 신발끈 고쳐매지 말라'는 조상님들의 경고가 새삼스럽다.

장관들의 잇단 구설수에 이어 소위 '좌(左)희정 우(右)광재'로 불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386측근들이 자칫 권력형 비리를 연상시키는 '의혹'의 입방아에 올랐으니 말이다.

원인제공자가 본인들이 아닌 제3자이긴 하나 역대 정권의 권력형 비리사건들이 죄다 '자의반 타의반'에서 시작됐고 보면 대통령의 주변사람들은 24시간 깨어있어야 함을 새삼 경고한 교훈용 사건이다.

청와대 국정상황실 사칭 자료요구 사건과 노 정권 '젊은 실세'의 승용차 선물사건을 놓고 청와대는 단순히 신중치 못한 처신 또는 '해프닝'으로 줄여서 보고싶을지 모르나 청와대의 지나친 사랑이 눈물의 씨앗이 될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안희정씨의 경우, 선물받은 차를 돌려 주겠다며 잘못을 시인했지만 당초엔 빌려 탄댔다가, 친구 회사차로 등록해놓고 타는 것이라고 둘러댔었다.

"친구가 준 것인데 웬 소란이냐"고 생각 했다면 그는 큰 착각을 한 것이다.

권력의 주변에서 불의.불법을 꾀한자들이 대개가 "형님, 동생" "친구, 동문" 하다가 사고쳤지 않은가. 언제나 비리의 시작은 가랑비이지 소나기가 아니다.

이광재씨가 실장으로 있는 청와대 국정상황실을 빙자, 공기업 단체장에게 기업현황과 개혁과제를 e메일로 요구한 사칭사건은 한 컨설팅업체 대표가 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호랑이 행세를 하려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그의 말한마디에 단체장들이 줄줄이 답장을 써올렸다니 소가 웃겠다.

또한 그 업체사장이 청와대 행정관의 친구로, 이달초 인사정책 제안서까지 올렸다는 대목에선 골치가 아프다.

이게 공(公)인가 사(私)인가. 청와대 사칭사건은 새정부들어 벌써 네건이다.

대통령의 개혁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혹들이 계속 불거지는 것은 변칙과 특혜를 노리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다는 방증이다.

참모들이 거듭 '재무장'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괴로워진다.

새차를 사자마자 사고쳐서 중고차를 만들어서야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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