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7시. 모니카 벨루치의 '돌이킬 수 없는'(가스파 노에 감독.4월4일 개봉예정)의 시사회가 대구 시네아시아에서 열렸다.
영화가 시작하자 엔드 크레딧이 오른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어떤 글자는 뒤집혀 흐른다.
거친 입자의 영상, 흔들리는 화면, 쇠를 긁는 듯한 음악. 심상치 않은 시작에 객석에선 긴장감이 돌았다.
두 남자가 게이바 에스홀을 헤집고 다닌다.
"뜨니아 알아?", "뜨니아 어디 있어". 붉은 조명에 벌거벗은 남자들, 지하방공호를 연상시키는 클럽안. 두 남자의 격한 감정에 따라 카메라는 정신 없이 흔들린다.
한 남자와 다투기 시작한다.
쓰러진 남자의 얼굴을 가격하는 소화기. 정신을 잃은 그 남자의 얼굴에 다시 소화기를 내리찍는다.
한번, 두번, 세번…. 얼굴이 뭉개지는 끔찍한 장면에 객석 곳곳에서 '으윽~'이란 비명이 튀어나온다.
'충격적인 영상'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애인 알렉스(모니카 벨루치)의 강간범을 찾아 나선 마르쿠스(뱅상 카셀)와 친구 피에르(알베르 듀 폰텔)의 복수 장면이다.
그리고 다음 장면은 시간을 거슬러 바로 앞 시간대로 옮긴다.
처참한 모습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알렉스, 그녀를 보고 분개한 두 남자가 나온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돌이킬 수 없는'은 뒤집힌 시간의 흐름을 따라간다.
끔찍한 복수와 그 복수를 촉발한 강간, 그리고 행복했던 둘만의 시간, 앞으로 닥칠 비극을 모르는 채 잔디위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알렉스의 순이다.
감독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뒤집어진 시간여행"이라고 했다.
그를 통해 되돌릴 수 없는 운명의 끈이 영화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바다.
초반 흔들리는 카메라는 롤러코스트를 탄 듯이 멀미가 날 정도. 45분이 경과한 후에야 겨우 가라앉는다.
그제야 겨우 주인공인 뱅상 카셀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압권은 모니카 벨루치의 강간 장면이다.
관객들에게 극도의 고통을 강요한다.
지하도를 걷다 강간범 뜨니아(조 프레스티아)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은 9분여에 걸쳐 롱 테이크로 찍었다.
이 장면을 직접 찍은 가스파 노에 감독조차 "그녀 위에서 카메라를 움직이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져 카메라를 땅에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더러운 지하도 바닥에 쳐 박힌 벨루치, 피투성이 얼굴에 가격되는 주먹 등이 강간보다 더한 영상폭력으로 다가온다.
객석 곳곳에선 숨막혀 내뱉는 한숨들이 터져 나왔다.
벨루치는 이 장면을 찍고 4일간 병원에 입원했다.
그 후 카메라는 마르쿠스와 알렉스의 침실로 들어가 행복한 한 때를 비춘다.
실제 연인사이인 뱅상 카셀과 벨루치는 이 장면을 자신들의 저택에서 찍었다.
그래서 더욱 리얼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울렁이는 속을 다스리듯 베토벤 7번 교향곡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섬뜩한 묘사와 인상적인 라스트신으로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관객동원수 3위. 인간의 섬뜩한 광기를 섬뜩한 영상으로 잘 표현해냈다는 평을 들었다.
영화를 본 후 대구 관객들의 반응은 괴로운 표정이었다.
무겁고,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좋았다"는 평은 영화마니아인 영남대 박홍규 교수에게서 겨우 들을 수 있었다.
한 관객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정말 돌이킬 수 없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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