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입력 2003-03-26 09:42:31

내 어린 시절 시골에서는 '팔뚝먹이기' 욕설이 유행했었다.

오른손으로 왼손주먹을 감싸쥐면서 동시에 왼손주먹을 쭉 내뻗는 행동이다.

세계공통의 모욕적인 언어로 이용되는 '섹스'를 주제로 누군가에게 취하는 욕 제스처였다.

상대방을 모욕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로 하는 욕이고 다른 하나는 행동이다.

우리말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rat(쥐새끼)''pig(돼지새끼)'는 동물들과 동일시하는 욕설이다.

다음으로 행동으로 하는 욕이 있다.

유럽인들이 손가락 끝으로 앞머리를 톡톡 치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고, 관자놀이에 대고 집게손가락을 돌리는 것은 미쳤다는 의미다.

'욕세계'에서만큼은 동서양의 차이가 별로 없다.

요즈음 데모는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계란이나 던지는 단순한 데모가 아니다.

무장한 데모군중과 경찰과의 충돌로 유혈사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끔 우리들을 미소짓게 하는 것도 있다.

얼마 전 외신에 보도된 엉덩이를 노출시키는 데모가 그것이다.

때는 16세기, 이탈리아와 프랑스 선원들은 두려운 바람을 격퇴시키기 위해 자신의 엉덩이를 노출시키곤 했다.

불행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엉덩이 노출이 도움이 된다고 여겼던 까닭이다.

악마를 격퇴시킬 수 있다는 심리적 효과가 컸다.

그러다가 스칸디나비아 병사들이 이를 보다 실질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항문 제스처와 같은 파격적인 광경이 적의 검을 무디게 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욕이든 데모든 문화가 있는 것. 상대방의 인격까지도 철저하게 부정해서는 안된다.

메시지전달의 수단으로 차용하는 것이고, 그 상승효과를 위한 목적으로 제한해야 한다.

아니면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

정말이지 두들기고 때리고 할퀴는 행동은 그만두어라. 데모만이 정의고 욕이 힘은 아니다.

'나쁜 놈들…' 대중의 욕설이 들리지 않는가.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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