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양보 구하기앞서 대책부터 세워야"

입력 2003-03-25 12:06:15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과 관련, 지난 19일 세계무역기구(WTO) 농업위원회가 배포한 농업협상 세부원칙(Modality) 수정안에 대한 '국회.정부.농업인단체 대책회의'가 25일 국회에서 이뤄졌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대행과 주진우.이인기.권기술(한나라당).정철기.장성원(민주당) 의원을 비롯 김영진 농림부장관과 농민단체 대표 등 참석자들은 "이번 수정안이 지난 2월 회의에서 회원국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1차 초안과 큰 차이가 없다"며 수정안대로 채택될 경우 국내 농업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상황변화를 주시하면서 개도국 지위확보, 관세, 감축보조(AMS), 저율관세쿼터(TRQ) 등 이해관계가 큰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대응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관세감축=농림부는 1차 초안과의 차이가 고작 개도국 관세감축 구간을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고 감축률 역시 미세조정한데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우리나라 주요 농산품의 관세 감축률이 45%로 개도국 수준(30%) 보다 높게 제시돼 수용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농림부는 감축방식과 관련, 기존 입장을 견지하되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마련했다.

△감축보조=총 감축보조의 90% 이상이 쌀 수매제에 집중돼 있어 쌀 등 핵심 작물의 경우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수정안 내용대로라면 쌀 수매량이 급감, 지난해 548만석에서 내년에는 493만7천석으로 줄 것으로 보고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와 노르웨이, 이스라엘, 아이슬랜드 등이 주장하는 수출용과 내수용의 감축률 차별화 방안은 현재 지지국가가 적은 형편이라고 우려했다. 김 장관은 "기존 입장대로 수출용과 내수용의 감축률 차별화를 주장하되 감축률 하향조정에 주력하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개도국 지위=이재규 외교통상부 WTO 대사는 "언제까지 개도국 지위를 요구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 "이번 기회에 농민단체들도 '이번이 마지막 개도국 지위 요청'이라는 자세로 정부협상에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김종호 농림부차관은 "한국농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정부와 정치권과 함께 농민도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희태 대표는 "농민의 양보를 요구하기 앞서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느냐"고 질책했고 이인기 의원도 "UR협상 후 지난 10년 동안 농민 한 가구당 경지면적은 오히려 줄었고 농촌인구는 고령화되는 추세인데다 농가소득은 부채만 느는 실정"이라며 "이런 농촌현실에 대한 근본 대책도 없이 농민들의 양보만을 바라는 발상은 잘못됐다"고 추궁했다. 정현찬 전국농민회총연맹회장 역시 "이런 관료들의 생각으로는 한국농업을 제대로 개혁하기 어렵거니와 절망적"이라고 비난했다.

△전망=농림부는 의장수정안이 1차 초안과 큰 차이가 없어 당초 예정된 이달말까지 세부원칙을 확정하려는 계획은 불투명해 졌다는 판단이다. 그 근거로 EU내 농업개혁 논의가 아직 진행중인 단계인데다 일본 역시 쌀 등 주요 농산물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차관은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와 여건이 비슷한 멕시코, 터키 등과 공조를 유지하면서 한국농업의 영세성을 호소하고 세부 쟁점별로는 주요 수출국들과 '주고받기식' 전략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장관은 오는 31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농업협상 특별회의에 참석차 이날 출국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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