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明心寶鑑)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조선조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충효와 권선을 가르치는 교재로 널리 알려진 책으로 오늘날에도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기 때문.
바로 명심보감이 서양세계에 번역, 소개된 동양 최초의 한문서적이라 주장하는 논문이 지역학계에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 동명정보대학 관광학과 성해준(44) 교수는 경북대 퇴계연구소가 최근 재발행한 '퇴계학과 한국문화' 제31호의 '명심보감 스페인어판 번역연구'에서 "명심보감이 그리스도교인에 의해 처음으로 서양어로 번역된 동양의 한문서적"이라 주장했다.
성 교수에 따르면 중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활동하던 그리스도 교인들은 전도활동의 수단으로 명심보감을 스페인어로 번역했고 번역본은 스페인 황태자에게 바쳐졌고 스페인에 의해 유럽제국에 널리 전파됐다는 것이다.
최초의 번역은 1592년 스페인 선교사 환 코보에 의해 '맑고 정결한 마음의 보배로운 거울이 되는 서적'이란 제목으로 이뤄졌다.
두번째 번역은 스페인 도미미크 수도회 선교사 나바레떼가 1676년에 출판했다.
이들 번역 명심보감은 스페인을 비롯 프랑스.독일어 등으로 번역, 유럽의 황족이나 귀족 등 지식층에 널리 보급돼 당시 가장 많이 읽혀진 동양의 대표서적이 됐다고 한다.
이처럼 명심보감이 번역된 것은 당시 동양에서 가장 많이 읽혀진 도덕서인데다 명심보감의 권선(勸善)정신이 기독교의 정신과 교의(敎義)에 어긋나지 않고 상통하는 사상으로 받아들여 기독교 선교에 도움되기 때문으로 성 교수는 분석했다.
성 교수는 쓰쿠바 대학이 소장하고 있던 명심보감의 원본격인 청주본(淸州本)과 서양 선교사들의 명심보감에 대한 관심을 기록한 자료들을 접하면서 이런 사실들을 밝혀냈다.
명심보감의 한.중.일 및 유럽 전파에 대한 연구를 위해 대만에서 1년간 연구한 성 교수는 "국내서는 명심보감의 서양선파에 대한 기록이나 연구는 물론저자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지 못해 이런 사실들이 학계나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아 자신의 이번 논문발표가 국내 처음일 것"이라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 충북 청주에서 발간된 명심보감 청주본은 현재 남아있는 세계 최고(最古)의 판본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힌 성 교수는 청주본 발견으로 명심보감의 저자도 종전과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서는 고려 충렬왕 때 의 추적(秋適)으로 널리 알고 있으나 실제 저자는 중국 송나라 범입본(范立本)일 것이라 밝혔다.
청주에서 간행돼 임진왜란때 일본에 빼앗긴 청주본에는 '홍무(洪武)26년 무림후학 범입본서(武林後學 范立本序)'라고 기록돼 있다.
중국 명나라 홍무제 26년은 1393년에 해당된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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