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시각-파동과 신뢰경영

입력 2003-03-25 09:26:19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작은 파장이 일면서 물결이 점점 커져간다.

조그마한 돌 하나가 호수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목표나 경영기법 등 전사적인 방침도 작은 변화에서 출발하게 된다.

이때문에 기업에서 부처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조직의 힘을 결집하고 공동목표를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은 단순히 조직상호간의 불협화음을 넘어 기업의 흥망성쇠와도 연결될 수 있는 요소인 것이다.

과거에는 기업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 전적으로 경영자의 몫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바뀌면서 무게중심이 고객으로 이동됐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고객을 직접상대하는 판매사원들은 대면접촉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서도 고객과 대화하거나 그들의 요구를 접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객정보 관리는 기업의 역량과 직결된다.

대구백화점은 경영진들이 몇년 전부터 독서를 통해 직원들과 간접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같은 책을 읽고 토론회를 열거나 독후감을 쓰게도 하고 여러 권의 책을 나눠주며 독서를 장려했다.

또 회사게시판에 올려진 글을 갖고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모두가 사내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이었다.

호수에 던져진 돌은 위치에 따라 그 파동이 달라질 것이다.

가장자리에 던졌다면 파동은 금방 사라질 것이고 호수 한가운데 돌을 던진다면 특별한 저항없이 호수 전체로 퍼져 갈 것이다.

파동이 잘 전달되고 커지려면 먼저 호수가 잔잔해야 한다.

호수의 잔잔함은 기업의 신뢰(信賴)도에 비유할 수 있고 이는 비례관계로 볼 수 있다.

구성원간 강한 공동체 의식을 가진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고신뢰 기업으로 나타나고, 공동체 연대가 약한 기업은 소비자들의 신뢰도 약할 수밖에 없다.

기업신뢰도가 곧 그 기업의 경쟁력인 것이다.

과거 고객들은 단순히 소비재를 확보하는데 맹목적이었으나 요즘은 상품도 상품이거니와 편리함과 즐기는 쇼핑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치의 소비모델이 서비스로 바뀐 것이다.

이때문에 커뮤니케이션과 소비자에 대한 개별 분석이 기업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고객을 한 사람 단위로 세분화하고 개별 소비자의 소비경험과 체험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신뢰를 쌓아 갈 수밖에 없다.

기업의 의사결정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고객은 기업신뢰를 바탕으로 구매심리에 파동을 일으켜 대가(代價)를 지불한다.

신뢰라면 상품, 브랜드, 기업자체에 대한 신뢰가 있겠지만 가장 경쟁력 있는 신뢰는 인간 즉 조직구성원에 대한 신뢰다.

일방적인 정보 발신으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 기업보다 고객과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높은 신뢰를 쌓은 기업이 시장에서 큰 파동을 만든다.

신뢰도가 높은 기업이 최후의 파동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구정모(대구백화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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