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영호남 지역의 민심이 미묘하게 흔들리자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의원들은 회기가 끝나자마자 대부분 지역구로 내려가 의원회관이 텅텅 비고 의원 비서진들은 향후 민심의 변화를 놓고 갖가지 분석을 내놓고 전략을 짜는 등 분주하다.
여의도는 이미 내년 총선전에 돌입한 느낌이다.
민심이 가장 요동치고 있는 곳은 호남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과 검찰, 경찰 등 정부의 고위직 인사에서 호남 출신들이 소외받은 것이 원인이라고 민주당은 관찰하고 있다.
이같은 호남 민심을 읽은 동교동계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 이후에도 버티기를 계속하고 있다.
'DJ 감싸기' 일환이다.
정균환 원내총무가 정대철 대표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특검법 후속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이 동교동계를 '후안무치한 사람들'이라고 공격한 것도 구주류를 자극했다.
호남 출신 의원들은 "호남이 밀어준 노 대통령과 이제 갈라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고 있다"며 경계의 날을 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에도 어느 한 곳도 안전지대가 없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PK지역은 노 대통령이 많은 공을 들이고 있어 민심의 변화 조짐이 일고 있고, TK(대구경북) 지역은 지하철 참사 이후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정치권은 감지하고 있다.
특히 대구는 참사에 대한 한나라당 대처를 '야당의 한계'로 규정, 무소속 바람이 일 것으로 예단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하철 참사 수습과 또다른 비전 제시에 따라 민주당 착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얘기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실제 민주당 출마 가능성을 타진하는 인사들도 적잖다는 소문이다.
대선 패배 이후 활발하게 논의되던 개혁론이 후퇴하면서 수도권도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개혁파 의원들이 동반 탈당하는 시나리오인 이른바 '5월 위기설'도 그래서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한 개혁파 의원은 "현재의 당간판으로 총선에 나서면 수도권에서 승산이 없다"면서 "이 상태로라면 탈당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충청권 역시 행정수도 이전 논란으로 한나라당 지지기반이 침식당하고 있고 김용환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구심점을 잃는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
이같은 지역 민심의 변화 조짐을 기반으로 분당론이 여야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색깔과 뜻이 다른데 함께 할 수 없지않으냐는 얘기다.
정치권의 지각 변동 움직임이 가시화 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라크 전쟁, 경제난 등 내우외환 상태인데다 특검법이란 암초가 버티고 있어 정치권의 행보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각 지역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난 총선과 비슷한 양태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데 정치권은 공감하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