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남북 전쟁과 이라크 전쟁

입력 2003-03-24 12:44:10

링컨의 남북전쟁은 순수하게 노예해방만을 위한 전쟁이었을까 아니면 미국 북부의 경제적 이익이 우선된 경제를 위한 전쟁이었을까.

역사학자들 중에는 남북전쟁의 결과적 산물로서의 노예해방이란 인도적 성과는 인정하지만 근본목적은 경제적인 이유가 더 컸다고 보기도 한다.

1861년 남북전쟁이 터지기 직전의 남부와 북부의 경제적 상황은 북부는 보호무역이 필요한 공업중심의 입장이었고 남부는 목화농장을 중심으로 자유무역을 선호하고 있었다.

북부의 입장에서는 각 주마다 독립돼 있는 체제보다는 계속 연방국가로 통일돼야 만 관세수익 증대나 북부 공산품 판매를 통한 경제적 성장이 유리했다.

반대로 노예해방이 이뤄지고, 돈주고 사온 노예를 다 풀어줄 경우 엄청난 재산손실이 예상되는 남부로서는 노예구매비용을 정부가 대신 지불해야 한다는 경제적 논리로 연방을 탈퇴, 대항했다.

링컨도 초기에는 차라리 전쟁을 치르는 비용보다는 남부의 요구대로 노예를 세금으로 사서 해방시켜주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계산을 했었다.

링컨으로서는 연방체제를 유지시켜 강대한 미국을 만듦으로써 영국과 프랑스에 대한 관세대항 등 경제적 경쟁력을 키워야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을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위 북부의 자본가인 공장주들은 링컨의 구상대로 남부의 노예를 수년간에 걸쳐 세금으로 사들여가며 연방제를 추진할 경우 이익창출이 늦어지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목화농장을 안가진 대부분의 다른 독립주(州)들도 목화산업보다 공업화를 통한 경제적 이익확대 쪽으로 가담했던 전쟁비용보다는 세금으로 노예를 사는게 더 싸게 먹히는 경제성에도 불구하고 전쟁쪽으로 몰고가며 남부를 압박한 것이다.

결국 압박에 밀린 남부는 영국이 지원해 주리라는 계산아래 대포공장 하나없는 인구 600만에 고작 100만 병력으로 2천만 인구의 공업화된 150만 병력의 북부에 선제공격을 한다.

그러나 철석같이 믿었던 영국이 꽁무니를 빼버렸다.

당초 영국은 남부를 지원하며 미국의 연방제를 방해함으로써 대서양 맞은편에 강대한 국가탄생을 막자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런 영국도 막상 개전이 되고 남부군이 우세할때는 구축함 지원까지 약속했으나 남부가 밀리자 군수품지원 약속을 파기해 버렸다.

남북간 250만 병력이 동원된 2차대전 이전까지의 전쟁으로서는 세계최대규모의 전쟁이었던 남북 전쟁에 사실상 싸움을 거든다해도 20만 병력 정도의 지원 능력으로는 대세에 영향을 줄 수 없었던 점도 발을 뺀 이유였다.

남북전쟁의 또다른 중요한 성격은 링컨의 남북전쟁 목표가 노예해방만이 목적의 전부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는 노예해방을 주창하면서도 개전후 2년동안이나 노예해방을 선언하지 않았고 1863년 막상 전쟁중에 노예해방을 선언했을때도 남부군 지역안에 있는 노예에 한해서만 해방을 보장했었다.

우선 다급한대로 남부노예의 이반을 통해 전쟁부터 이겨놓고 보자는 전략적 이유가 짙었다.

결국 미국의 남북전쟁을 바라보면 노예해방 같은 그럴싸한 인도적 명분보다는 이면의 경제적 이익을 더 노린 전쟁임을 느끼게 된다.

이번 이라크 전쟁 역시 '평화와 자유를 위한 테러국가 응징'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유전에 대한 독일.프랑스.미국의 이해다툼이 전쟁의 화염 뒤편에 감춰져 있다.

노예해방 구호뒤에 북부의 공업화 이익이 숨어 있었듯이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는 테러응징이란 단어뒤에 유전 쟁탈, 군사기지 확보, 군수산업 확대 같은 낱말들이 숨어있음을 많은 세계인들은 알고있는 것이다.

그래서 바그다드 상공에 불기둥이 솟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진정한 평화와 화합을 원하는 모든 세계인은 반전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남북전쟁은 이라크 전쟁의 거울일까. 그렇다면 이라크 전쟁은 다음 어느 전쟁의 거울이 될까. 이라크 전쟁의 거울에 비치는 다음 전쟁목표가 북한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그런 불행이 일어난다면 선전포고 후 37분23초만에 끝났다는 인류 역사상 가장 짧은 전쟁(영국과 잔지바르 간의 함포사격 전쟁)보다도 더 짧은 순간에 우리의 모든 것을 잃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불타는 바그다드의 TV 화면을 보면서 전쟁영화를 즐기듯 여유로울게 아니라 이라크 전쟁후 남북전쟁의 후예인 부시의 성난 눈길이 어느쪽으로 향할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있어야만 한다.

김정길(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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