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26일 대구방문 취소 배경

입력 2003-03-22 11:42:02

청와대가 26일로 예정됐던 노무현 대통령의 대구방문 일정을 취소한 것은 대구지하철 참사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당초 실종자 인정사망위 활동과 20일 열린 '관계부처 장관회의' 등의 수순을 통해 지하철 참사 수습이 마무리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26일로 예정된 3사관학교 졸업식에 노 대통령이 참석하는 길에 대구를 방문, 희생자 유족들을 위로하고 U대회 준비상황 등을 확인하는 일정을 추진해왔다.

지난 달 20일 참사직후에 당선자신분으로 대구를 방문, 조속한 수습을 당부했던 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이 대통령취임 이후 첫 지역방문인 셈이다.

그러나 지하철 참사수습이 실종자 인정과 지하철 안전대책 등 직접적인 사고수습과 지하철 운영주체변경문제 등 참사이후의 지역민심 수습방안 등 두갈래로 추진되면서 조기매듭이 어려워졌다.

청와대측은 노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서 대구지역의 현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며 노 대통령의 방문에 기대를 걸고 주시하고 있는 지역여론에 대해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에 대구에 갈 경우, 대구지하철 운영을 국가에서 맡으라며 대구지하철 공사의 정부운영 방안 등을 추진하는 대구지역의 요구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대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에서 고심을 거듭했다.

청와대측은 노 대통령이 대구시민들이 흡족해 할만한 '선물'을 내놓지 않을 경우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이날 열리는 3사관학교 졸업식에 고건 총리가 노 대통령의 치사를 대독케 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이강철 민주당 조직강화특위위원 등 노 대통령의 측근들도 이번 지역방문의 문제점 등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육군사관학교를 시작으로 공사와 해사에 이어 20일 경찰대학 졸업식에 참석하는 등 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 빠진 적이 없지만 3사관학교에는 가지 않게 됐다.

물론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대신 청와대는 대구지하철 운영문제 등에 대해 건설교통부 등 관계부처의 의견을 듣는 등 다각적이고 심도있는 대안모색에 착수했다.

그러나 당장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유족들의 요구사항 등 다른 부분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면서 "대구지하철 운영을 국가가 맡으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자료를 챙겨서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기까지 접근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와 더불어 그는 "무조건적으로 지하철운영주체를 국가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대구시와 대구시민들이 '대구지하철 살리기 운동'을 벌이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자구노력이 앞서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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