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의의 양돈농가-콜레라 날벼락에 '망연자실'

입력 2003-03-22 11:54:37

돼지 콜레라 양성 판정으로 자식같이 정성들여 키우던 돼지를 모두 도살해 땅 속에 묻어야 하는 양돈농가는 한마디로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상주지역에서 가장 최대 규모의 최신 시설을 갖추고 14년째 돼지를 길러온 박경화(48.화개동)씨는 애지중지 키워오던 돼지 3천마리를 살처분하면서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느냐"며 망연자실했다.

박씨는 "시설.경영자금 대출액이 5억원에 이르고 외상 사료비 등 빚이 7억원에 달했지만, 돼지 가격이 좋아지는 시점에 이같은 사고가 불거졌다"며 "정부의 보상금을 받는다해도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탄식했다.

콜레라가 발생한 경주시 서면 천촌리 양돈단지의 정모(44)씨도 22일 오전 940마리의 돼지를 생짜로 땅에 묻으면서 넋잃은 사람처럼 하늘만 쳐다봤다.

정씨의 농장과 작은 계곡 하나를 사이에 두고 1천600여두의 돼지를 사육하는 김창식(45)씨는 "돼지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았는데 이 무슨 날벼락이냐"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콜레라가 발생한 농가의 돼지만 살처분하라니 당장은 안심"이라면서도 "처음 반경 500m 이내의 돼지를 모두 살처분 한다는 말이 나돌때는 돼지와 함께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했다.

채종덕(경주시 서면 아화3리)씨는 "돼지값이 약간 고개를 들려고 하는데 또 찬물을 끼얹었다"며, 콜레라 파동이 돼지값 하락으로 이어질까 우려했다.

콜레라 발병 소식에 마을 한가운데 여기저기에 주저앉은 축산농들은 "예방접종된 돼지도 일정기간 출하가 제한돼, 이래저래 축산농만 피해를 입게 됐다"며 마을을 찾은 권상윤 서면 면장과 박춘발 시의원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서면 일대는 양돈농장이 천촌리 3호를 비롯 서오, 아화, 운대, 사라리 등 5개 마을 33개 농장에서 1만9천464두의 돼지를 사육 중이다.

축산 농민들은 "이미 지난해말 김포의 콜레라 발생으로 청정 국가는 물건너 갔는데도 예방접종을 게을리 해 이같은 엄청난 사태를 몰고 왔다"면서 정부의 안일한 대책을 비난했다.

10개 읍.면 91호 양돈농가에서 10만8천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성주의 경우 하루평균 550여 마리를 인근 축산물 고령.김천공판장에 출하해 왔으나 돼지 콜레라 발생 이후인 20일부터 고령공판장에서 성주지역 돼지의 반입이 금지됐다.

돼지 906마리를 사육하는 김진국(61.초전 용봉3리)씨는 "공판장에 오늘.내일 내야하는 돼지가 100여마리나 되는데 출하길이 막혀 걱정이다"며 "월말에 사료값을 결제해야 하는데 돈을 마련할 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웃에서 돼지 콜레라가 발생해 뭐라 말할 수 없지만 하루빨리 도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주 박준현기자.상주 박종국기자.성주 박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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