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입학 "내년에..."

입력 2003-03-22 11:59:58

올해 대구·경북지역 초등학교 취학 대상아동 중 4천672명이 성장발육 부진, 주의력 산만, 정서불안 등을 이유로 입학을 일년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입학유예는 취학대상자 3만6천617명 중 2천245명으로 6.1%, 경북은 3만7천776명 중 2천427명으로 6.4%를 차지했다.

특히 취학대상자 대비 입학유예자 비율은 2001년 4.5%, 2002년 5.3%에서 올해 6.3%를 기록하는 등 매년 급증하고 있다.

재작년 유예자는 대구 1천633명, 경북 1천831명에서 작년 1천964명, 2천73명으로 각각 늘었고, 올해도 2천245명, 2천427명으로 증가폭이 컸다.

이처럼 입학유예가 늘어나는 이유는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 때문. 학부모 김모(36·포항시 이동)씨는 "아이가 1월생이어서 같은 취학연령이라고 해도 동급생들과 일년이나 차이가 나서 체격이나 학습성취도가 떨어진다"며 "처음에 자신감을 잃으면 따라가기 힘들 것 같아 일년 유예시켰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이모(37·대구시 수성구 파동)씨는 "동급생이라도 한살 차이가 나면 왕따당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한글도 떼고 기본적인 셈도 할 줄 알지만 행여 따돌림을 당할까 염려돼 유예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유예율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대구 동부교육청은 6.6%, 달성교육청은 5.5%로 차이를 보였으며, 경북에선 영양 1.7%, 의성 3.2% 등을 기록한데 비해 문경 8.3%, 상주·김천·청도 7.2%, 포항·경주 6.8% 등으로 격차가 상당했다.

일부 주거밀집지역에선 한꺼번에 수십명이 입학을 미루기도 했다.

과밀학교인 포항 모초교의 경우 취학대상자 360여명 중 32명이 입학을 유예해 비율이 8.8%에 이르렀다.

당초 12개반으로 예상했으나 유예자가 늘면서 아예 한 반이 없어진 셈.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일종의 유행처럼 입학유예가 번지고 있다"며 "유예월령도 과거 1, 2월생에 집중되던 것이 10~12월생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교사들도 대부분 입학유예는 과민반응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포항 이동초교 정영구(1학년 부장) 교사는 "여학생은 생년월일이 늦어도 오히려 학습성취도가 높고, 남학생도 3, 4학년이 되면 앞서가는 경우가 많다"며 "나이가 어리다고 왕따를 시키는 경우는 없으며 다소 소극적인 학생들도 한두달이면 쉽게 적응한다"고 말했다.

대구 모초등학교 교감은 "사전면접을 해보면 학교 적응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학부모들이 유예를 고집한다"며 "또래들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아동은 유치원에도 갈 수 없기 때문에 혼자 학원을 다니는 등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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