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씨름 한 34년

입력 2003-03-22 09:16:32

"평생 목공예를 천직으로 여기며 바쁘게 살다보니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다급해지기까지 한다"는 서장화(64.군위군 군위읍 금구2리)씨.

볼품없이 아무렇게 나뒹구는 나무뿌리도 그의 손이 닿아, 껍질을 벗긴 후 톱으로 썰고 끌로 파낸후 구석구석 다듬다 보면 이내 휼륭한 작품으로 변모해 고급스러움에 저절로 감탄사가 터진다.

이때문에 전국 각지의 미대생과 취미활동으로 공예에 관심있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진수를 배워가기도 한다.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 태어난 덕택에 어린 시절 별 어려움 없이 성장한 서씨는 청년 시절 갑자기 가세가 기울면서 고향을 떠났다.

전국 곳곳으로 떠돌아 다니다 간신히 화약 면허를 취득, 건설현장과 탄광에서 기술자로 일하다 큰 사고를 당해 몸도 마음도 지쳐 버렸다.

속세를 떠나야겠다는 마음에 강원도 태백의 청원사에 머물다 당시 목공예에 조예가 깊은 주지스님을 만난 것이 서씨가 목공예를 시작하게 된 인연.

그동안 서씨가 만든 작품은 각종 탈, 탁자, 의자, 꽃병, 화분받침대 등 그 종류만도 수백여종에 이르며, 작품에 따라 20여만~2천여만원을 호가하는 작품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서씨는 "인생을 하루로 볼때 이미 오후 4시쯤에 다달은 내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시간 뿐이다"며 "죽은 후에도 누군가 귀중하게 소장할 작품을 한점이라도 더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에 쉴 수가 없다"고 했다.

평생동안 그 흔한 공방.작업실 하나 없이 34년간 썩은 나무들과 씨름해 온 서씨는 요즘 마음이 조급해졌다.

아직 할일이 너무 많이 남아 있기 때문.

서씨의 작은 소망은 "낯선 외지인에게 지역의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지역내 모든 관문에 군위를 알릴 수 있는 대형 장승 등 특색있는 상징물을 설치해 많은 볼거리를 제공, 다시 이 지역을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는 것.

그는 또 "지역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박씨놀이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 변질됐다"며 "매년 띠에 맞는 지신을 앞세우고 양반.각씨.사대부가 한데 어우려져 한판 춤사위를 펼치는 군위의 독특한 전통문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욕도 과시했다.

이를 위해 서씨는 요즘 민속그림과 춤 등 민속자료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며, 다양한 표정의 12지신 탈을 제작할 계획이다.

장우봉(64.군위읍 금구1리)씨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도 근면 성실하게 살면서 나름대로 지역문화 창달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행정적인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군위.정창구기자 jungc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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