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身言書判

입력 2003-03-21 11:57:08

흔히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말로 곧잘 쓰인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문구를 곰곰히 따져보면 동양인들의 인재(人材) 고르는 지혜가 역시 돋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용모가 준수하고 말솜씨 있고 글에 능하며 판단력이 출중한 인물이면 평상인을 넘어 지도자로서의 자질로도 더 할게 없는 조건을 갖췄다 할 수 있다.

원래 이 말은 중국 당나라때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인물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던 것에서 비롯돼 우리나라에선 선비의 필수조건으로 치면서 심지어 신랑 고르는 기준으로 삼을 정도로 생활화 된 것이다.

양(洋)의 동서(東西)는 물론 디지털 문명에 이른 오늘에도 이 말의 뜻만은 유효할뿐 아니라 더욱 절실한 '인선 잣대'로 통용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국민의 정부'의 관료나 당 간부등 이른바 '지도층'의 면모를 회고해 보면 첫째 조건인 '신(身)'의 덕목이나 언(言)의 처신 양쪽 모두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게 세평(世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참여정부'에 들어서면서 토론문화를 강조한 탓인지 참으로 말들이 많다.

정부관료들이 말이 많으니까 언론까지 그걸 시비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 설화(舌禍)를 입기도 한다.

최근의 실례론 대표적인게 역시 이창동 문화부 장관의 '보도지침'을 싸고 각계의 비판의 강도가 거의 폭거(暴擧) 수준이더니 이 장관의 대꾸 한마디가 문제가 돼 버렸다.

▲"...공격받고 힘들어지고 하니까 장관직이 재미있고 전의(戰意)가 생긴다.

.."고 한게 그것이다.

일국의 장관으로선 품위있는 말도 아닌데다 굳이 하지말아도 될 말을 다분히 저항적으로 내 뱉은게 아닌가 싶다.

그에 대응해 한나라당 임인배의원은 "이 장관의 행태는 조용하던 사람도 완장을 차고나면 설치고 다녔던 6·25전쟁 당시의 남로당 간부들의 행동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공격했다.

이쯤되면 이 장관도 문제지만 임 의원의 독설(毒舌)은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런 모욕적인 언사가 어떻게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올수 있으며 그 한마디로 공수(攻守)가 완전 뒤바뀐 자충수를 둔것이다.

▲더욱 가관은 정찬용 대통령 인사보좌관이 1급관리들에게 내뱉은 발언이다.

"1급까지 했으면 일단 다한것 아니냐... 집에서 건강관리나 하거나 배우자와 놀러다닐수도 있죠..." 대통령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고위관리가 30년이상 봉직한 1급관리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것이나 다름없는 독설(毒舌)로 등을 떠민것이나 다름없다.

이게 어찌해서 '유머'인가. 정작 나갈사람이 누구인지 헷갈린다.

'발탁인사'의 준거로 '身言書判'을 적극 권하고 싶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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