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시민들 반응

입력 2003-03-21 11:59:10

미국의 이라크 공격 소식에 많은 시민들은 여파를 걱정하면서도 달러 구입 등 불안한 대응은 나타내지 않았다.

또 상당수 시민들은 미국의 공격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고 했다.

◇차분한 반응=대구시내 주유소나 생활용품 가게 등에서는 전쟁 여파로 빚어질 물가 불안감으로 인한 사재기 등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반월당주유소 이정숙(23)씨는 20일 "자동차용 휘발유 판매량은 전과 다름없고 난방용 등유 판매량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되레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오히려 기름값 하락 기대를 나타내기도 해 서대구주유소(달서구)에서 만난 이정석(33.대구 범어동)씨는 "이라크전쟁이 조기에 끝날 경우 기름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를 봤다"며 "오늘은 오히려 평소보다 기름을 적게 넣었다"고 말했다.

20일 밤 9시쯤 가족들과 함께 만촌동 이마트를 찾은 김창덕(44.대구 범어동)씨는 "이라크 전쟁 소식을 들었지만 아직 체감하지 못한다"고 했다.

홈플러스 대구 칠성점 이수욱 식품 담당은 "고객들 반응에 아직 달라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대구은행 홍보팀 임규식 차장은 "전쟁 위기감이 높아지면 외화예금액이 증가해야 하지만 그런 움직임이 없다"고 했다.

중국.동남아 등 해외여행객이 줄어 달러 실수요는 오히려 감소세에 있다는 것. 대구은행 외화 예금액은 지난 1월 말 6천400만 달러에서 지금은 오히려 5천900만 달러로 감소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도 "2만 달러 이상 고액 달러 환전자의 증가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 반대=대구시청 장정미(42.여)씨는 "미국이 총구를 이라크 집행부에 겨냥하고 있다지만 결국 피해 보는 것은 무고한 시민들 아니냐"고 환기했다.

김진형(27.대구 황금동)씨는 "이라크 전쟁 후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까 봐 걱정스럽다"며 "정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한반도 전쟁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의 이라크 전쟁 보도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김성수(22.대구 침산동)씨는 "슬퍼하는 이라크의 여인이나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은 없고 거대한 항공모함과 미사일 발사 장면 등 갤러그 게임을 연상시키는 장면만 나오고 있다"며 "전쟁이 아니라 무슨 스포츠 중계를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정민(34.대구 산격동)씨는 "미국 공격의 목적이 테러 예방이 아니라 기름에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라며 "그 공격으로 숨져간 불쌍한 이라크 국민들에게 애도를 보낸다"고 했다.

박태현(33.대구 방촌동)씨는 "UN 의결 등 정당한 절차를 거부한 침략행위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돼선 안된다"며 "미국이라는 이유로 용인된다면 지구촌 모든 국가는 미국의 속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구적십자혈액원 박재활(42)씨는 "이번 전쟁이 세계 평화 확보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파병에도 회의적=전교조 대구지부 장명재(51) 지부장은 "이번 전쟁은 명분이나 공감을 얻지 못한 침략행위"라며 "우리 정부가 평화를 말하면서 미국에 지원부대를 파견하는 것은 결국 침략전쟁을 두둔하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김정현(33.대구 계산동)씨는 "국제 사회를 어지럽히는 미국의 공격에 우리 군을 파견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원 발표 철회를 주장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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