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식품은 자원 싸움입니다.
쉽게 말하면 종자, 즉 토종 식품 개발을 위한 유전자 싸움이죠".
포항시 남구 학전리 송학농장 주인 이석태(54)씨는 10년 넘게 토종돼지 복원에 온힘을 쏟고 있다.
대학(영남대 농축산대) 졸업 후인 지난 78년부터 개량돼지와 한우를 기르던 이씨가 토종돼지 복원에 본격 나선 것은 지난 92년. 80년대 후반 쇠고기, 돼지고기의 부위별 판매가 시작되자 이씨는 '경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 틀림없이 소비자의 입맛이 까다로워 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은 질 좋고 맛있는 돼지고기만이 경쟁력을 갖는 것은 물론 양돈업계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
토종돼지 복원 결심을 굳힌 이씨는 제주.남원.진안.장수.진주 등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토종돼지라는 돼지는 모두 사 모았다.
그런 후 대학 동기인 여정수 교수(현 영남대 자연자원대학 축산과)에게 '함께 토종돼지 복원을 해보자'고 제의했다.
하지만 당시 여 교수는 토종 닭 연구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
이씨는 혼자 복원에 매달렸다.
이같은 이씨의 노력이 주위에 알려지자 경북도는 96년 이씨에게 토종돼지 복원 사업비를 지원했다.
영남대(여교수)와 함께 공동 연구를 하는 계기가 됐다.
2년간의 연구끝에 여교수와 이씨는 결국 국내 처음으로 학술적으로 토종돼지를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즉 이씨는 1차로 외형적으로 토종돼지만을 선별한 후 유전인자 표준을 만들어 토종과 수입 개량돈을 비교했다.
이씨가 복원한 토종흑돼지의 특징은 △모색:전체가 흑색이고 광택 △얼굴: 함몰형 안면, 긴 주둥이, 큰 눈, 직립성 코 △몸:둥근 어깨, 넓은 가슴, 긴 엉덩이 △다리:짧지만 균형된 사지 등이다.
이씨 농장에는 현재 육돈(출하하기 위해 자라는 돼지) 500마리, 모돈 200마리, 자돈(새끼돼지) 100마리 등 800마리의 토종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이씨는 "토종돼지는 한마디로 만생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량돼지보다 늦게 자라고, 체중도 떨어지는 등 여러면에서 불리하지요. 하지만 육질이 좋아 한번 맛을 본 사람은 꼭 찾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 포항, 경주, 대구 등 5군데 식당에 자신의 농장에서 기르는 토종돼지고기를 공급하고 있다.
포항축협장 재직시 포항시장에 출마(95년)해 낙선한 경험도 있는 이씨는 "아직도 간혹 잡종 새끼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육질이 변질되지 않는 범위에서 많은 새끼를 낳고 빨리 커는 등의 토종개발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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