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벌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의 배경은 무엇일까? 부시 대통령이 입만 벌리면 얘기하는 '정의'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복수'라는 단어가 바로 정답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우리는 회교문화권의 행동양식인 것처럼 배워왔지만, 사실 서구인들이 보편적으로 추구해온 가치관이다.
'로미오와 줄리엣'를 비롯해 신구교도간의 학살, 마피아의 복수, 아일랜드의 신구교 싸움, 유대인 학살, 발칸반도에서의 학살…. 서구인들의 역사는 숱한 살육으로 점철되어왔을 정도로, 그들은 원수를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
전쟁과 테러가 횡행하는 요즘, 화해와 용서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복수, 희망에 관한 이야기'(하서 펴냄)가 관심을 끈다.
저자인 워싱턴 포스트 기자인 로라 블루멘펠트는 국가나 조직, 대의명분의 이름을 내걸고 행해지는 테러와 전쟁이 그안의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키며, 그 파멸을 이겨낼 수 있는 힘도 인간의 의지에 달려있음을 증언하고 있다.
로라는 13년전 예루살렘에서 아버지를 쏘아 중상을 입힌 테러범을 추적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예루살렘 특파원으로 부임한다.
로라는 자신의 신분을 속인 채 아버지를 쏜 팔레스타인 전사 오마르, 그의 가족들과 친분을 맺게 된다.
복수심으로 가득했던 로라는 역사의 현장에서 격렬하게 싸워왔던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만나면서 복수에 대한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의 형을 죽게 한 테러리스트의 배후를 알고 싶지도, 복수하고 싶지도 않다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제2차 세계대전후 독일 상수원에 독극물을 태워 독일인 600만명을 독살하려 했지만 "나는 독일인에게 개인적인 복수심이 없었다"고 증언하는 비트카 여사….
테러범에 대한 복수심과 그의 가족에 대한 죄책감에 갈등하던 로라는 마침내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민족의 권리와 미래를 위해'라는 테러범의 진의를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고, 법정에서 그의 가석방을 탄원하는 증언대에 서게 된다.
로라의 증언으로 13년째 수감생활을 하던 오마르는 석방된다.
개인적인 원한을 갖고 있는 한 유대인출신 언론인이 휴머니즘을 통해 화해와 용서를 이뤄가는 과정을 세심하고 냉철하게 그렸다.
로라는 이런 관점을 개인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이라크전쟁에까지 확대하고 있다.
"당신들이 그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눠봤다면, 그 머리에 총을 겨눌 수 있었을까요? 당신들이 이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들여다봤다면 그렇게 게임하듯 전쟁을 결정할 수 있었을까요?"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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