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참사 특별기고-비상설 재난기구 만들자

입력 2003-03-20 12:31:55

대구지하철 참사에서는 유사시를 대비한 기구와 훈련이 없어 피해가 커졌다고 생각된다.

대형 재난이 발생한 다음 허둥대며 대책본부를 설치해서는 효율적일 수 없다.

그래서인지 사후 수습은 아직도 빨리 빨리병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이번 참사처럼 규모가 큰 경우 중앙정부 지원팀이 구성되기 이전에 지역 자체적으로 재난대책기구를 가동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어야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역시 병원이나 대학 등에 흩어져 있는 민간전문가들을 소집하거나 감식장비들을 동원하느라 활동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 기회에 미국식 재난방지시스템을 참고해 우리의 대응 체제를 완벽히 다듬어야 한다.

미국은 비상설 재난대책기구를 운용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의료·감식인력 등 훈련된 인원을 미리 확보, 유사시 재난 규모에 따라 적절히 투입하고 있다.

비상설기구여서 운용 예산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다.

반면 철저한 사전 훈련으로 사고수습절차를 매뉴얼화해 효율을 높이고 있다.

미 중앙정부에는 DMORT(재난사망자대책팀, Disater Mortuary Operational Response Team)가 설치돼 있다.

이 기구는 법치의학자, 병리의사, 법의인류학자는 물론 의료조사자(medical examiner), 방사선 기사, 심리 상담사, 장제사까지 포괄하는 1천500여명의 민간 전문인으로 구성돼 있다.

DMORT는 대형 참사 현장에서 시신의 잔해를 모으고, 실종자 가족과 접촉해 신원확인에 필요한 의료기록 등 정보를 모은다.

희생자 가족과 면담해 각종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유해의 신원을 잠정 확인하고, 그 후엔 확실한 신원 확인 작업을 계속해 유가족에게 공고한다.

9·11테러 때는 이런 일에 236명의 대책팀원이 소집된 바 있다.

지방정부들도 자체 기구를 운영, 시카고 경우 항공기추락, 대형화재, 선박·항만 사고, 열차사고 등 대형 재난에 대비해 DRT(대량재난대책팀, Disater Response Team)를 운영 중이다.

DRT는 대형 재난에 대비해 팀원의 평소 훈련부터 유사시 신원 확인 절차 및 시신인도 관련 사항까지 매뉴얼화해 놓고 있다.

재난 대처는 어느 한 기관만의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경찰·검찰의 수사체계, 소방·구조 체계, 환자 후송과 응급의료체계, 사망자 대책팀 등이 동시에 가동돼야 한다.

총체적인 대응시스템이 사전 준비되지 않고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도 국내에는 그런 시스템이 불안정하다.

사망자나 실종자 가족들에 관한 명확한 법규조차 없다.

그 결과는 불안이다.

과잉대응이 이어지고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구시는 어떻게 하고 배상은 어떻게 한다는 등의 법규도 이번 기회에 마련해 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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