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디지털 문화

입력 2003-03-20 12:33:58

여러 가지 급격한 변화들이 사회 곳곳에서 꿈틀거린다.

그 가운데 지금 가장 뜨거운 화두(話頭)는 '인터넷'이라는 정보 인프라에 뿌리를 두고 있는 '디지털'이다.

디지털 사회는 마치 신(神)의 기적이 이루어지듯 우리의 일상이, 원하든 원치 않든, 새로운 변화와 마주치게 한다.

한 사람이 신처럼 수십.수천만, 아니 그 이상의 사람들과 자기를 중심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그들을 사이버 공간에 자연스럽게 배치하며, 그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회다.

디지털 문화는 이렇듯 자기중심의 세계이며, 광속의 쌍방향 정보 유통이 특징이다.

▲인구 비율로 본 인터넷 이용은 미국이 단연 으뜸이다.

우리나라도 핀란드.영국 등 구미의 몇 나라와 함께 선두 그룹에 들 정도로 그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곳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와 개방으로 치닫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는가 하면, 그 편의성.신속성.합리성 등이 우리의 생활 양식까지 빠른 속도로 바꾸어 놓기도 한다.

▲디지털 문화의 거센 물결에 아날로그 업종들이 밀려나고 있는 모양이다.

디지털 영상기기와 통신기기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면서 안간힘으로 경쟁을 벌이던 아날로그 산업은 이제 사양길에서 점차 백기를 들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필름 현상소나 제조업체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비디오 대여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화질이 좋은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가 싼값으로 일반화되고, 수백원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비디오 수준의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일반화 그늘은 그야말로 '산첩첩 수중중'이다.

휴대전화가 시계 기능을 대신하면서 시계방들이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더구나 컴퓨터에 익숙해진 초등학생들마저 글쓰기 기피 경향이 심해져 '글씨가 마음의 표현'이라는 말도 무색해지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붓글씨 특기 적성교육이 점차 사라지는 건 말할 나위조차 없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숙제까지 컴퓨터로 작성하는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한다.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9세기 초 수공업자들은 상대적으로 빈곤을 안겨준 기계를 파괴하려는 '러다이트운동'을 벌였다.

재봉틀을 발명한 사람은 무서워 몰래 혼자 사용하다 들켜 재봉틀이 순식간에 박살나고 집마저 불타고 말았다.

아주 오랜 아날로그 시대의 이야기지만, 문득 떠오르는 건 '왜'일까.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즉각적이고 몰가치적인 속성을 안고 있기도 한 디지털 문화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주의를 부추기고 감성과 사고의 깊이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한 초등학교 교사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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