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세를 풍미했던 프로복싱의 영웅 무하마드 알리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감독인 김응룡에게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닮은 점이 별로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승부에 대한 지나친 긴장'을 긍정적 결과로 이끌어내 스포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점이 그것이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멋진 경구를 남긴 알리는 지독한 겁쟁이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지만 시합 일정이 잡혀지면 그는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불안해 했다.
그가 '떠버리'라고 불릴 정도로 말을 많이 한 것도 따지고 보면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행동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 프로야구 21년사에서 10번의 우승을 일궈냈고 한국시리즈에 한이 맺혔던 대구 삼성 라이온즈에 첫 우승의 감격을 안겼던 김응룡 감독도 사실 겁이 많은 인물이다.
야구장에서 그는 승부에 대한 압박감 때문인지 경기가 시작되기 전인데도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경기가 시작되면 벤치에서 초조해하는 모습이 자주 TV카메라에 잡히기도 한다.
승부에 대한 극도의 긴장감이 그의 입을 다물게 하는 대신 경기에 집중하게 해 승부를 걸 시점을 선택하고 선수를 교체해 승리를 이끌어낸다.
국내 야구감독 중 그는 최고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 그도 승부의 긴장이 별로 없는 사석에서는 활달하고 재미있게 대화를 주도한다.
마치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할 만큼 긴장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모습이 유별나게 다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술에 대해 문희상 비서실장이 '긴장의 통치술'이라고 평하면서 그 긍정적 효과를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제대로 하기 위해 스스로 긴장하고 정부와 언론, 검찰과의 관계를 긴장하게 만들어 잘못된 점들을 고쳐나가겠다는 것이다.
긴장하며 사는 것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피곤하긴 하지만 여러모로 생산성을 높이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도 일상생활 속에서 긴장하며 산다.
치열한 경쟁, 과중한 업무,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자칫 방심하면 낙오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주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실 적당히 긴장하면서 살기도 쉽지 않다.
'건전한 긴장'이 삶에 활력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긴장을 조절못해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하는 것이다.
봄바람이 불어온다.
찬 기운이 사라진 상큼한 바람이다.
봄바람에 잠시 취해 마음이 풀어질 즈음 가슴과 머리가 무거워진다.
대구지하철화재참사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고 대구 경제가 최악의 침체에 빠져 있으며 해야할 일도 많다.
잠시라도 떨쳐버리고 싶은 '긴장'은 저만치 있다가도 치열한 삶의 감초처럼 어느덧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김지석(스포츠레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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