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국가가 맡아야③> "정부는 뭐하나?"

입력 2003-03-19 1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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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열리는 대구지하철 참사 대책 관계 장관 회의에 대한 야당의 눈이 곱지만은 않다. 한나라당 대구 출신 의원들이 박희태 대표권한대행과 함께 한 간담회에서 한 의원은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려 한다"는 비판까지 제기했다. 시민들의 분노가 대구시로 몰리면서 도대체 한나라당이 한 일이 무어냐며 한나라당 지지 일변도였던 기류가 변화조짐을 보이자 의원들이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부산처럼 지하철을 국가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10여년간 계속했다. 대구지하철을 국가로 넘기는 것이 안전을 확보하는 근본 대책으로 인식해 (가칭)한국지하철공사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게다가 특별재난지역 선포, 피해자 민원 접수 처리, 자원봉사 등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그런데 시민들은 한나라당이 한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참사 책임은 대구시에도 있지만 정부 책임이 더 크다. 대구시와 한나라당에만 쏟아지는 비난이 너무 억울하다. 여당 일부 인사와 시민단체 등 특정세력들이 부추긴 탓이다. 지역 의원들의 생각이다.

사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아무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느 때보다 기민하게 대응한 측면도 있다. 특히 지하철공사화 법안을 마련해 19일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10여년간 요구해 이뤄지지 않은 일이 성사되겠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민들의 기류 변화와 냉소에도 근거가 있다. 200명이 넘는 꽃 같은 인명이 희생됐는데도 앉아서 용만 쓰는 꼴인 한나라당 의원들을 보면서 야당 도시의 한계를 절감했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우리 당 출신'이라며 엉거주춤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행보가 이같은 '변화'를 자초했다는 관측이다.

대구 시민들은 참사 이후 대구시의 사고 대처 능력과 이를 감싸는 듯한 한나라당을 보면서 무기력증에 빠졌다.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지옥철'을 국가가 맡아야 안전 근본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이 억지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풀이다. 열악한 지자체 재정, 통합 건설 운영의 효율성, 부산교통공단과의 형평성, 예측되는 광주, 대전지하철 완공 이후의 체계 변화 등을 미뤄볼 때 늦은 감이 없잖은 요청이다. 대구는 1조3천억원에 이르는 지하철 부채를 허덕이면서도 감당하고 있지만 광주, 대전은 1호선이 완공되는 2006년 이후면 도저히 지하철 부채를 감당할 수 없게된다. 부산교통공단법이 2007년말 한시법이라며 부채가 3조원(이자 포함)에 이르는 부산교통공단을 부산시가 인수하라고 하면 부산에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 한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대구지하철을 국가가 맡는 것이 지역 형평성과 노무현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도 타당하다.

한국지하철공사법이 국회에서 통과돼도 예산이 마련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건교위 소속이었던 한나라당 백승홍 의원 등이 대구교통공단 설립을 요청할 때 건교부 장관은 이렇게 답하곤 했다. "의원님의 말씀이 구구절절이 옳습니다. 예산만 마련해주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공허한 메아리였다.

하지만 박종근 의원은 18일 기자를 만나 "불요불급한 곳에 쓰이는 정부 예산이 많다. 대구시지하철을 한국지하철공사로 만드는데 드는 예산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정부의 의지다"라고 했다.

지방지하철을 국가가 맡아야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한나라당 대구 의원은 물론이고 광주, 대전, 인천 출신 여야의원들이 모두 공감하고 있다. 대구시와 상공계, 시민단체의 생각도 같다. 민주당 이강철 조직강화특위 위원과 박상희 대구시지부장도 같은 생각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 위원의 건의를 받고 긍정적 반응을 보인 마당이다.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참사로 슬퍼하고 아파한 시민들의 정서다. 20일 대구에서 열리는 관계장관 회의와 노 대통령의 대구 방문이 대구지하철 국가공사화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영남대 김태일 교수는 "한국지하철공사 설립은 대구 발전의 시작"이라며 "노 대통령이 선물은 없다고 언급했지만 지방분권, 지자체 재정력 확충 차원에서 공사 설립을 다뤄야 한다"고 했다.

한국지하철공사 설립은 정부가 앞장서고 시민들이 밀어야 '1년 이내'란 목표가 이뤄질 수 있다. "상인동 가스 폭발로 날아가고 중앙로 화재로 숨막혔던 대구 시민이 시 재정파탄으로 굶어죽지않는 유일한 길"(민주당 이강철 조강특위 위원)이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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