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군수는 민원해결사?

입력 2003-03-19 12: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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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영농철이 시작됐다.

들판을 오가는 농민들의 발걸음도 마냥 분주하기만 하다.

그러나 영양군청 군수실은 이같이 바쁜 농사철인데도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방문객을 살펴보면 외부 인사는 소수이고 대부분은 지역 주민들이다.

이들은 도로포장과 농로확장 등 마을단위 민원부터 자녀들 취직문제에 이르기까지 방문목적도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심지어는 가족 또는 이웃들이 죄를 짓고 경찰에 검거됐거나 조사 받는 일 까지도 해결을 부탁해 군수 입장에서는 난감한 경우도 있다는 것.

지방자치 이후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군수는 무슨일이나 다 알아서 행하고 절대의 능력을 가진 전지전능(全知全能)한 인물로 더러는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대다수 방문객들은 군수가 해결할 문제가 아닌 줄 알면서도 어렵고 답답한 심정을 하소연 할 곳이 없어 찾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문객들 때문에 군수는 하루 24시간중 군정에 대해 구상하면서 지역을 보다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갖기가 힘들어졌다.

개인 청탁으로 인해 그만큼 많은 시간을 뺏기기 때문이다.

최근 군수실 방문객은 하루평균 20~30명, 많을 때는 무려 40~50명씩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군수가 외지 행사참석으로 자리를 비운 다음날 방문객은 더욱 많은데 이런 경우는 종일 군수실에 방문객이 진을 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이때문에 직원들은 바쁜 결재서류 때문에 발을 구르기도 하고 실.과장과 담당들은 방문객 때문에 군수실을 드나들지만 모두가 예산문제가 뒤따라 어려움만 겪는다는 것.

김용암 영양군수는"퇴근후 밤늦은 시간까지 집으로 찾아오는 방문객에다 때로는 술취해 새벽녘에 걸려오는 욕설까지 곁들인 전화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것은 예사일이 돼버렸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군수는"시장 군수들이 각종 모임에서 만나면 밤에는 전화코드를 뽑는 등 자신들만의 노하우가 얘기거리가 된다"고 말했다.

민원해결 요청에도 격식과 절차가 있어야 한다.

시장.군수를 만나야 한다면 굳이 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최소 10여일전쯤 방문예약 후 찾아오면 좋을 것 같다.

어느지역 할 것 없이 주민들이 단체장들에게 많은 시간들을 되돌려 줘야할 시점이다.

지역의 먼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사회2부 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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