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나의 사랑, 나의 첼로

입력 2003-03-19 09: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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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시절 우연히 내게 다가온 첼로! 거부감 없이 빠져든 첼로와의 만남은 나의 생활이 됐고, 첼로와 함께 울고 웃은 시간도 30년이 다돼 간다.

첼로가 매력적인 이유는 단연 음색이다.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톤이어서 듣기에 부담이 없고 편안한 소리를 낸다.

연주를 하고 있노라면 마치 첼로와 마주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는 듯하다.

그 다음으로는 연주자세이다.

첼로는 다른 악기와는 달리 연주자의 뜨거운 가슴에 악기를 대고 두 팔로 감싸안고 연주를 한다.

당연히 소리에 깊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권할 만한 몇몇 첼로 곡을 소개하면 이렇다.

요즘처럼 자주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에는 따끈한 차 한잔과 함께 부르흐의 '콜 니드라이'가 좋다.

또 마음이 혼란스럽고 정리가 잘 안될 때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즐거운 점심시간이나 기분이 좋을 때는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풍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나 베토벤의 여러 변주곡이 괜찮다.

또 잠자리에 들 때는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가 어떨까?

이런 곡들이 부담스럽다면 소품 모음집도 있다.

슈베르트 연가곡을 첼로로 연주한 미샤 마이스키의 음반은 이미 귀에 익숙한 선율로 듣는 이의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해준다.

듣는 것도 좋지만 모든 걸 잊고 완전히 몰입 할 수 있는 연주때는 너무나 행복하다.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연주를 했지만 최근에는 찬양 독주회를 할 기회가 가끔 있어 크리스찬인 나는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

얼마 전 열두 명의 제자들과 함께 찬양연주를 했을 때는 너무나도 가슴이 벅차 오래 오래 기억에 남는 연주가 될 듯하다.

유명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마지막 순간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수 백년을 더 산다고 해도 첼로 연습과 연주를 계속 할 것이다.

나는 나의 오래된 친구 첼로를 배반 할 수는 없다'. 첼로에 대한 애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다.

나는 물론 카잘스 같은 대가는 아니지만 첼로에 대한 애정만큼은 그에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남은 삶도 첼로와 함께 즐거운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김애규 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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