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옥입니다-파격

입력 2003-03-18 13: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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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출신의 세계적 예술가인 요셉 보이스(1921~1986)는 생전에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유명했다.

1965년의 전시회에선 얼굴에 금가루칠을 한 그가 죽은 토끼를 3시간 동안이나 팔에 꼭 껴안고 있었고, 74년의 뉴욕전은 담요를 수도사처럼 덮어쓴 보이스가 아메리카 늑대인 코요테와 사흘간 함께 있는 퍼포먼스였다.

여기서 코요테는 야성을 접고 보이스에 기대 잠을 자기도 했고, 미 경제의 상징인 월 스트리트 저널지에 한바탕 실례를 하기도 했다.

그의 퍼포먼스는 그 파격성만큼이나 화제도 분분하여 보이스를 표지모델로 한 79년의 독일 주간지 슈피겔지는 '보이스, 그는 천재인가? 엉터리 사기꾼인가?'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어느날 갑자기,'파격(破格)'이란 단어가 우리사회를 풍미하고 있다.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 강금실 법무장관의 파격 패션이 화제를 모으는 것도 그 한 예. 강 장관의 화사한 정장과 늘어져 달랑거리는 귀고리, 속눈썹의 마스카라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한 메이크업 등은 확실히 지금까지의 여성공직자들과는 다른 과감한 패션 스타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평검사와의 토론회 등 파격 정치를 보여주고 있고,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도 파격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코엘류 감독이 한·일전을 앞두고 해외파 선수들의 차출 요청을 위해 해당 구단을 직접 방문키로 한 것도 파격적이고, 연예계에선 가수 박지윤의 야한 파격 패션이 화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바야흐로'파격'이란 단어가 지금 우리 사회의 새로운 '코드(code)'로 뜨고 있다.

영어로는 an exception(예외), 또는 breaking rules(룰 깨뜨리기). 기존의 것과의 충돌을 전제하는 만큼 '파격'은 속성상 언제나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변화상에 따라 앞으로도 이런저런 파격 행진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좀 고전적이긴 하나 '파격'의 의미를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것으로는 아마도 금아 피천득 선생이 수필로 수필을 설명한 작품 '수필'이 아닐까. '...내가 본 그 연적은 연꽃모양을 한 것으로, 똑같이 생긴 꽃잎들이 정연히 달려 있었는데, 다만 그 중에 꽃잎 하나만이 약간 옆으로 꼬부라졌었다.

이 균형 속에 있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파격이 수필인가 한다.

한 조각 연꽃잎을 꼬부라지게 하기에는 마음의 여유를 필요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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