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새 상식 찾기

입력 2003-03-18 09: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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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주체가 누구냐고 하면 흔히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막상 학교 교육 현장에서는 역할 구조가 희미하다.

학교 교육이 여전히 합리적인 틀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교사와 학부모, 학생 사이의 의사소통 구조가 왜곡돼 있는 데서 비롯된다.

학교는 교육의 주체들이 각자의 역할에 걸맞은 활동들을 할 때 올곧게 설 수 있다.

이번 주부터 교육 일정과 상황에 맞춰 학교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와 바람직한 대안 찾기에 대한 연재를 시작한다.

새학기 초반은 교사든 학생이든 학부모든 모두에게 어려운 시기이다.

서로에 대한 정보가 그다지 많지 않은 상태에서 상식에 따라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정도다.

문제는 학교 교육과 관련된 상식들 가운데 상당수가 잘못된 관행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라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이것들부터 깨지 않으면 학교는 일부 이기적인 학부모와 관행에 젖은 교사들, 학교를 지배하려는 간부들에 의해 점점 더 폐쇄적이 된다.

▲모든 교사들이 뭔가를 바라는 건 아니다

학기초만 되면 신문사로 직·간접 상담해오는 학부모들을 적잖이 볼 수 있다.

"담임 선생님이 교실 커튼을 바꿔야 한다며 전화가 왔어요. 학교 운영비로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학부모 급식 도우미가 필요하다고 가정통신문이 왔는데 이웃에 물어보니 맞벌이 부부가 아니면 참가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해요. 노력봉사하는 엄마보다 촌지 주는 맞벌이 엄마를 더 좋아하지 않을까요?" 이런 식이다.

앞의 사례는 일부 잘못된 시각을 가진 교사들에게서 나타난다.

커튼이나 블라인드, 바닥 장판 등 교실 환경 정리에 필요한 것들은 학교 회계로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는데 학부모에게 맡기는 게 관행이 돼 버린 탓이다.

잘못됐다는 의식도 별로 없다.

문제는 일부에서 계속되는 관행이 전체 교사들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학교에서 요청하는 학부모의 참여활동도 오해를 부르기 십상이다.

대다수의 교사들이 그렇지 않은데도 학부모의 인상 속에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이는 것은 학부모들이 교사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없기 때문이다.

보통의 학부모들은 선배 학부모들의 경험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학교에 대한 이런저런 요구를 할 방법도 없다.

그저 담임 교사가 무던하기를 운에 맡기거나,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촌지나 노력봉사를 제공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극성스런 학부모만 봐서는 안 된다

학부모들의 불만 못지 않게 교사들도 학부모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큰 게 현실이다.

자녀의 성적 향상이나 학급 임원 자리가 돈으로 해결된다고 여기는 학부모, 학교의 이런저런 모임과 행사에 참여해 학교장과 친분을 쌓으면서 자신의 아이에게 특별한 대접을 요구하는 학부모를 일반적인 전형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 보충수업과 모의고사를 더 많이 하라든가, 생활지도를 더 엄격히 하라고 요구하는 중·고교 학부모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해 보려는 교사들의 의지마저 꺾어놓는다.

이 역시 대다수의 말없는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없는 데서 비롯된다.

학부모 모임이 시간적·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만의 자리가 돼 버리고, 학교운영위원회조차 학교장의 뜻에 좌우돼 버리는 현실은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간격을 더욱 더 벌려놓고 있는 것이다.

▲교실 문을 들락거리자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에게 이처럼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는 데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학교 교육의 파행이다.

학부모의 협력 없이 올바른 교육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교사들의 얘기다.

학부모가 자녀에게 바치는 헌신성과 선택 상황에서의 결정권은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교사의 능력과 합치될 때 최선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들이 먼저 교실 문을 여는 게 쉽다.

학부모들이 학교 운영에 불만을 갖게 되거나, 학생이 어떤 잘못을 저지른 후에 학부모를 학교에 부르는 건 이미 늦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학부모에게 교실의 모습을 보여주고 대화를 통해 생산적인 방향을 찾아야 한다.

학부모들은 교사의 성의 있는 편지글이 담긴 가정통신문에, 부담없이 걸어주는 전화 한 통에 감격한다.

행사 동원이나 청소, 급식 지원 등 귀찮은 자리가 아니라 내 아이가 어떻게 공부하고 생활하는지 보여주는 자리라면 많은 학부모들은 기꺼이 참여한다.

학부모들 역시 일부 이기적인 사람들의 전횡을 막고 교사와 상호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급적 많은 학부모가 형편에 맞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학급신문 등을 통해 알린다면 성과는 분명히 남게 된다.

교복공동구매 같은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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