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5일제' 급물살 탈듯

입력 2003-03-15 12:10:42

이미 지난해 연말 주5일 근무제 도입준비를 끝낸 삼성이 오는 6월부터 제도도입을 적극 검토함에 따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 제도의 시행이 대세로 굳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금융회사들은 주5일제를 시행한 지 오래고 제조업체들도 LG그룹, 이수화학,등이 연.월차 휴가를 활용,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동양엘리베이터, 유성기업을 포함한 7, 8개사는 임.단협을 통해 주 40시간 근로제를 시행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대표격인 삼성이 주5일제를 시행하게 되면 나머지 기업들도 직원복리 등의 측면에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법안처리와는 무관하게 주5일제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5일제 시행 급물살타나 = 삼성이 주5일제를 시행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검토하게 된 데에는 정부측의 시책에 협조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져 나머지 대기업들도 이런 차원에서 주5일제 시행을 신중하게 저울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구미공장장 장병조 상무는 지난 연말 계명대 지식경영과정 초청 특강에서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서 완벽한 준비와 검토가 끝난 상태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서 실시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SK도 이미 주5일제 시행을 검토하고 있으며 상당수 대기업들도 연.월차 휴가를 이용해 추가비용 부담없이 주5일제를 시행할 수 있다면 정부의 시책에 협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공약들을 통해 주5일제 시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여러차례 표명했으며 재계 역시 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한다는 차원에서 새정부 출범직전 주5일제를 연내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편 민주노총 등 노동계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주5일법안의 처리와는 관계없이 올해 임.단협을 통해 각 사업장별로 주5일제를 쟁취한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정부, 노조 뿐 아니라 기업들도 주5일근무 자체를 수용하는 입장이어서 주5일제는 크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간 입장차 좁혀질까 = 그러나 LG그룹은 물론이고 삼성 등 대기업들은 연.월차를 상쇄하는 방식으로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거나 추진하고 있어 노조측이 요구하는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으로의 단축에 따른 주5일제와는 거리가 있다.

이에따라 대기업들이 주5일제를 도입하더라도 법정근로시간은 과거처럼 주 44시간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주5일제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는 초과근로할증률, 연.월차근무수당 등을 둘러싼 노사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총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이 추진하는 주5일제는 주 44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경제단체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주5일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까지는 이런 형태의 주5일제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반해 노동계는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을 전제로 주5일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손낙구 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현행 대기업들의 주5일제는 편법적인 것"이라면서 "당초 취지대로 임금삭감 없는 주5일제가 시행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기업 실태 = 지역서도 대구은행, 농협 등 금융기관들은 이미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 공기업과 관공서도 격주 휴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40시간 근로를 전제로 한 완전한 형태의 주5일제를 실시하고 있는 제조업체는 없는 실정이다. 달성공단, 성서공단 등의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대부분 월차를 활용해 토요격주 휴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달성공단에선 노사간 주42시간 근무합의로 한달에 2번 토요휴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다.

섬유업계에선 토요일 휴무를 실시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 24시간 기계 가동에다 인력난 등이 겹쳐 휴무제를 실시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또 최근 유가상승 등으로 채산성마저 악화돼 공장가동을 멈추기 힘든 실정이다.

민병곤 기자 minbg@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