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4일 특검법을 수용한 것은 거부권을 행사했을 경우 한나라당의 반발 등 정국파국보다는 정면돌파하는 것이 차선책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는 정치를 어떻게 운영하느냐" 라며 "이번에는 신뢰를 존중했다. 한나라당이 약속한 것을 믿지않고 거부권을 행사하면 여야 타협의 길이 막힌다"며 거부권행사에 따른 정국파행 우려가 특검법수용 결단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집권 초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국회 과반의석의 한나라당의 협력 등 '여소야대정국'을 도외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대이라크전을 앞두고 SK그룹의 분식회계사건 등이 겹치면서 경제위기감이 확산되고 있어 '거부권'행사로 정국이 여야간의 극한대치상태로 치달을 경우 국정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물론 한나라당이 막판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한 것도 결단에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여야 사무총장간의 막후합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한나라당이 타협안을 내줘서 감사하다"며 한나라당의 약속이행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의 '그림자'인 대북송금문제에 참여정부가 계속 발목이 잡혀있어서는 안된다는 현실적,정치적 인식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오찬회동을 통해 "국내 자금 조성부분에 있어서는 대통령을 가까이 모셨던 사람까지 가감없이 철저하게 밝히겠다"고 언급한데서 김대중 정부와의 연결고리를 확실하게 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여야관계는 사안별 협력관계로 전환될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민주당보다는 한나라당 손을 들어줌으로써 '초당적 국정운영자'로서의 이미지를 얻게되는 부수적인 정치적 효과도 얻었다.
그러나 그동안 대북송금사건에 대한 특검을 반대해 온 동교동계를 비롯한 민주당 구주류의 반발과 이들과의 갈등이 특검정국의 변수로 등장했다. 또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판론도 정면으로 맞게 됐다. 민주당의 당론이 특검반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 대통령의 선택은 민주당을 무시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대통령은 소속정당의 많은 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나 독자적인 소신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동교동계와의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과의 갈등이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검수사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까지 조사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경우 여권내의 신.구주류간의 갈등은 한계수위를 오가면서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지지부진한 민주당내 개혁이 신.구주류의 결별 사태로까지 번지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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