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공포되기까지

입력 2003-03-15 12:13:45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대북송금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음에 따라 여야의 벼랑끝 대치는 모면했다.

그러나 특검법을 원안대로 공포하기까지 여야 및 청와대는 하루내내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오전 8시30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총무회담은 40여분 만에 결렬, 절충 전망을 어둡게 했다.

민주당 정균환,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는 수사범위와 대상 축소를 담은 수정안을 두고 논란을 벌였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러나 2차 협상은 양당 사무총장 사이에서 이뤄졌다.

총무 협상이 어렵게 되자 총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 김영일, 민주당 이상수 총장은 오찬회동을 갖고 수정안을 재론했다.

협상 테이블이 격상되자 다행히 논의폭도 넓어졌다.

결국 특검수사 기간단축과 북한계좌 공개여부, 수사기밀 공표시 처벌조항 명문화 등 3개항에 의견접근이 이뤄졌고 이를 토대로 양당 대표가 나섰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은 오후 2시40분쯤 의원총회에 참석 중이던 민주당 정대철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타결을 시도, 절충이 이뤄졌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총회는 "한나라당을 믿지 못하겠다", "남북관계를 정치공세에 악용해선 안된다"는 구주류측 목소리가 거세 양당의 절충안을 추인받지 못했다.

결국 민주당은 '조건부 거부권 행사'를 당론으로 정하고 이를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부터 여야간 협상추이를 초초하게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협상이 진통을 겪자 당초 오후 3시 열릴 예정이었던 국무회의를 2시간 미뤘다.

국무회의 시간을 늦춘 것은 "당내 의견조율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민주당의 요청에 따른 것. 노 대통령은 여야간 절충이 이뤄졌을 때와 끝내 무산됐을 경우를 모두 가정, 법 공포와 거부권 행사 등 2가지 대국민 담화문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오후 4시40분. 청와대를 찾은 민주당 지도부가 노 대통령을 면담, 조건부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청와대 분위기는 거부권 행사쪽으로 모아졌다.

이어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의 토론내용을 묵묵히 경청했으며 자신의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국무회의 도중에도 여야 절충은 계속됐다.

민주당 정 대표와 이 총장은 번갈아가며 박 대표와 김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특검수사 기간 단축 등 3개항의 법개정을 재차 요구, 한나라당으로부터 최종 동의를 받아냈다.

이는 곧바로 노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가 끝난 뒤 오후 6시10분쯤 춘추관 대회견실에 입장,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 대통령은 "처음에는 담화를 준비했었다"고 운을 뗀 뒤 "그런데 오늘 막판까지 진행된 경과가 담화문을 읽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특검법을 공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기자와의 일문일답에서 "한나라당이 타협안을 내놓으리라고는 기대 안했다.

놀랍고 깊이 감사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여야 관계도 잘해보겠구나'라고 희망을 갖게 된다"며 야당에게 공을 돌렸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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