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고속철 노선 배제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7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선 재검토를 지시하고 이튿날인 8일 문재인 민정수석이 부산시청에 내려가 기자회견을 갖자 경주시는 '국민의 정부'가 출범할 당시를 떠올리며 불안감에 떨고 있다.
경주의 악몽은 5년전인 지난 98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선자 신분이던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가동할 무렵이었다.
당시 인수위는 "경부고속철의 대구~부산 직선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 경주시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다.이미 대구, 경주를 포함한 6개 경유노선이 확정(90년 6월)되고 김영삼 대통령이 경주경유 입장(92년 12월)을 밝힌 뒤 공청회와 현장답사 및 현장설명회를 거쳐 경주역사 설계공모 당선작까지 발표(97년 11월)한 마당에 노선 재검토 방안이 덜컥 나온 것이었다.
인수위의 발표 이후 98년 3월 대구이남 구간 예산 1천310억원이 전격 삭감됐고 4월에는 기획예산처가 대구~부산 직선화를 언급하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경주는 극렬히 저항했고 물리적 충돌도 일어났다.
'경주통과노선지키기 대책회의'가 개최됐으며 지역 정치권이 가세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파장이 확산되자 결국 그해 7월 김 대통령은 "경주를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물러서면서 경주노선을 둘러싼 사태는 진정국면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후유증은 컸고 경주경마장 추진 백지화와 맞물리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그런데 5년 뒤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다시 한번 대구 이남의 경주경유 노선 번복논란이 재연된 것이다. 지역 정치권은 "정략적 의도가 아니냐"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책사업이 오락가락 한다"고 분개하고 있다. 정창화 경북도지부장과 김일윤 의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론분열을 초래하는 책임감없는 발언으로 경주·포항·울산 등 경북 동남부 300만 시도민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든다"고 비난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경주노선 관련 일지
▶1988년 3월 경북고속철 노선확정-서울 청주 서대전 대구 경주 울산 부산
▶1989년 3월 대구이남 구간을 '대구~삼랑진~부산'안과 '대구~경주~울산~부산'안으로 검토중 보도
▶1990년 6월 경부고속철 확정-서울 천안 대전 대구 경주 부산
▶1992년 12월 김영삼 대통령 공약-"경주경유 계획대로 추진"
▶1995년 7월 문체부, 경주역사 건천으로 이전 요구
▶1996년 6월 문화재 보호를 위해 경주경유 노선 68㎞ 구간에 대해 새로운 노선 선정 추진 결정
▶1996년 10월 경주노선 결정을 위한 현장설명회
▶1997년 11월 경주역사 설계공모 당선작 발표
▶1998년 2월 인수위, 대구~부산 직선화 방안 적극 검토
▶1998년 3월 대구이남 구간 예산 1천310억원 삭감
▶1998년 4월 기획예산처, 대구~부산 직선화 언급
▶1998년 7월 김대중 대통령, "경주 반드시 통과시킬 것", 건교부, 경주 우회노선 유보 발표
▶1999년 12월 경주노선 사실상 확정, 2단계 용지매입비 200억원 증액
▶2000년 8월 경주노선 변경구간 용지보상 계획 공고·열람
▶2002년 11월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경주사무소 개소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 "대구이남 구간 노선 재검토"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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