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결의안 표결포기 시사

입력 2003-03-14 11:49:53

미국과 영국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적극적인 전화외교에도 불구하고 대(對) 이라크 전쟁을 허용할 수 있는 새 유엔 결의안 통과 전망이 어둡자 13일 또는 14일(현지시간) 추진할 예정이던 표결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유엔 외교관들이 말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미국은 대(對) 이라크 2차 결의안에 대한 표결 연기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지지 확보에 도움이 된다면 다음주까지 표결을 잠시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 신축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이날 "결의안 지지 확보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14일 종결되거나 다음주까지 계속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결의안이 부결되더라도 이번주 표결을 강행하겠다고 주장하던 종전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평가된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개전을 선포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이날 유엔 안보리에서 이라크 결의안이 부결될 경우 이라크 개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해 부시 대통령은 그와 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도 13일 이라크전 승인에 관한 새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표결을 요청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이날 하원 예산소위원회 증언에서 2차 결의안에 대한 모든 선택이 열려 있다면서 "표결로 갈 수도, 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선택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면서 "우리는 오늘, 내일, 주말까지 이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15개 회원국들의 의견을 통일시키는 표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협상이 주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이번 주내 표결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앞서의 시사들을 확인했다. 파월 장관의 언급은 미 정부가 표결이 금주에 실시될 것이라고 앞서 밝혔던 입장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부시 대통령은 프랑스와 러시아가 막판에 거부권 행사 철회 입장으로 전환할 경우에 대비해 13일에도 나흘째 안보리 이사국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계속했다. 부시 대통령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시메온 삭세-코부르그 불가리아 총리 등에게 전화를 걸어 결의안 처리 문제 등을 논의했으며 폴란드와 노르웨이, 엘살바도르 정상들에게도 '전화로 외교 작업'을 계속했다.

이라크의 무장해제 시한을 오는 17일로 못박은 제2 결의안을 마련한 미국과 영국.스페인은 불가리아의 지지를 확보했으나 이에 대해 거부권 행사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는 프랑스 및 러시아와 비상임이사국 독일은 강력한 '원군'인 시리아외에 중국도 반대 입장에 가담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AP통신 집계 결과, 미국은 2차 결의안의 안보리 통과를 관철시키는데 필요한 9표의 찬성표중 7표(미국,영국,스페인,불가리아,카메룬,파키스탄,멕시코)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AFP통신은 미국이 아프리카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자신하고있지만 여전히 앙골라와 카메룬, 칠레, 기니, 멕시코, 파키스탄 등 6개국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외신종합=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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