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와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은 '경부고속철도의 기존 노선을 재검토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 대구~경주 구간을 지선으로 건설하는 방안이 타당하는 일부의 주장을 일축하며 "검토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건교부가 12일 한나라당 이해봉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주노선은 국내 최대 공업도시인 울산.포항 지역을 아우르고 경주 관광객들을 수용할 수 있어 교통수요가 많고 건설효과도 양호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대구~경주 지선화 방안은 '금정산·천성산 고속철도 관통반대 시민종교대책위원회'가 지난 10일 "부산 금정산과 천성산을 훼손하지 않고 고속철을 건설하는 대안"이라며 대구∼부산 구간은 기존 경부선을 따라 직선으로 건설하되 대구∼경주 구간은 지선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제기된 것.
건교부는 이와 함께 "경주~부산간 현재 노선이 사업초기부터 최적의 노선으로 평가됐고 현지 여건상 터널통과가 가장 친환경적 공법"이라고 강조했다. 건교부는 그러나 "노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 이후 지난달 21일부터 일체의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며 "오는 19일까지 '노선재검토위원회'를 구성, 모든 대안을 충분히 검토, 최적 대안을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 "10년전에 끝난 논의"
금정산.천성산 고속철 관통반대 대책위가 제시한 '대구~부산 직선화 및 대구~경주구간 지선화 방안'에 대해 건설교통부는 "고속철 논의를 10년전으로 되돌리는 발상"이라는 반응이다. 대책위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기존에 마련된 대구~경주~부산 노선계획의 타당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이 기존 노선 재검토 지시를 내린 만큼 오는 19일까지 '노선재검토위원회'를 구성, 최적안을 원점에서 충분히 검토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경주경유 노선의 타당성=건교부는 우선 지난 89년 7월부터 91년 2월까지 장장 1년7개월 동안 경부고속철 건설에 필요한 제반 기술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교통수요 및 경제성에 대한 분석, 노선.역위치 선정 및 대안검토 등 모두 12개 분야에 걸쳐 기술검토가 이뤄졌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 천안, 대전, 대구, 경주, 부산 등 6곳의 경유지가 확정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92년 4월 '사회간접자본추진위'가 각 경유지를 잇는 세부노선을 결정한 만큼 이제와서 번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주경유 노선이 기존 경부선의 밀양노선 보다 다소 우회, 결과적으로 운행시간이 7분, 운행거리는 30km 가량 늘어난다는 점도 시인한다. 그러나 경주노선은 국내 최대 공업도시인 포항과 울산지역의 이용자가 많고 경주 관광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등 교통수요가 많아 건설효과가 양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업추진 지연=금정산 및 천성산 퉁과구간에 대해 불교계와 환경단체가 자연환경 및 사찰환경 훼손을 이유로 노선 백지화를 요구함에 따라 사업추진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달 21일부터 모든 경주~부산구간의 공사가 중단됐고 노 대통령이 기존 노선 재검토 지시를 내리는 상황으로 치닫았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대구이남 18개 공구(124km) 중 천성산 구간 등 나머지 13개 공구는 올해안에 착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건교부는 여전히 대구~경주~부산 노선의 수정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경주~부산간 현재 노선이 사업초기부터 최적의 노선으로 평가됐고 지금까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건교부측은 "대구~부산간 직선화 주장은 경부고속철도 노선을 10년전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주장과 동일하기 때문에 검토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전망= 사업시행자측과 통과반대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자 지난 7일 노 대통령이 직접 재검토 지시를 내렸고 이어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부산에 내려가 '노선재검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오는 19일까지 이 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부산.울산.경남도에 교통경제, 철도, 환경 등 분야별 전문가 추천 공문을 내려보냈다. 사업시행자측과 통과반대측이 각각 5명씩 추천하는 민간 전문가와 양측이 합의하는 위원장을 포함, 총 11인의 노선재검토위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노선재검토위의 논의 과정에서 기존 노선이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로 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노선백지화 및 재검토'인 점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대구이남 18개 공구중 5개 공구에서 공사가 이뤄진 점을 감안한다면 시행중인 대형 국책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리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또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십년간 지속돼온 정책이 하루 아침에 바뀔 경우 이해관계가 얽힌 지역의 반발도 예상된다. 대구~경주 지선화 방안이 흘러나오자 경주.포항.울산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노선 재검토 방침이 확정된 이상 어떤 이유로든 공기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이 우려된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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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와 부산은 악연(?). 지역 현안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산지역에서 제동을 걸었기 때문. 이번 경부고속철도 대구 이남 구간의 신규발주 공사중단과 1994년 YS 정권때 경주경마장 백지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경주경마장 건설은 노태우 대통령 공약사항이지만 YS정권때 부산·경남지역 정치권 입김으로 "부산쪽… 백지화…" 엎치락 뒤치락 했다. 이에 반발한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은 걍력 투쟁했고 급기야 청와대에서 "공약이행"지시로 경주에 확정됐지만 경마장 부지에 문화재가 출토돼 결국 DJ정권때 백지화됐다. 이번 경부고속철도 신규발주 공사중단 역시 정부가 부산 구간 금정산 통과와 천성산 통과를 반대해 온 부신지역 시민·종교대책위원회의 요구에 손을 들어줘 경주가 온통 들끓고 있다.
경주시민들은 "정부의 공사중단 의도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건설교통부가 타당성조사와 정밀 검토로 착공된 고속철도 공사가 왜 중단돼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경주·포항·울산 등 동남권 300만 시민의 교통편의를 위해 고속철도 경주통과와 역사 건설은 필수적이다. 10년전 1996년 두차례에 걸쳐 경주통과 노선이 확정될 정도로 고속철도 노선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당시 불교계와 문화계에서 천년 고도의 문화재가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결사반대했었다. 경주시민들은 고속철도 역사 사수를 위해 여러차례 상경 투쟁을 했고 문화재위원들에게 당위성을 설명,이해를 시켰다.
◇공사중단 일파만파==정부가 부산지역 시민.종교대책위원회의 손을 들어주면서 고속철도 공사 중단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부산 금정산,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반대를 주장해 온 이들 단체에 노무현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금정산 통과 반대대책위원회는 "통과구간이 사찰 인접 지역으로 묵과할 수 없다"면서 "노선 변경이 있을때까지 결사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또 대구∼부산간 노선을 경주를 경유하지 않고 지금의 경부선 철도를 이용하여 직선화할 경우 경제적 효가가 크다며 재검토를 요구해 또 한차례 진통이 예상된다.
그러나 경주시민들은 "충분한 타당성 조사로 결정돼 착공된 고속철도 공사를 특정인사 몇 사람의 반대에 중단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공사재개를 촉구했다. 경부고속철도 경주역사 사수 범시민대표 김성수(62)씨는 "조속히 공사재개를 하지 않을 경우 경주, 울산, 포항지역과 대구, 경북지역 주민들이 총궐기할 수 밖에 없다"며 맞서고 있다. 김씨 등 시민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인심 달래기가 아니냐"며 "공사중단 배경에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이 있어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경솔한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경주JC와 시민단체, 지역정치권은 13일 긴급모임을 갖고 대규모 궐기대회 개최 등 강력 투쟁을 선언했다.
◇2단계사업 추진배경==경부축의 교통난과 물류비 부담 완화를 위해 새로운 교통시설의 건설이 시급한 실정이다. 경부축은 우리나라 인구의 71%, GDP의 75%가 집중되어 있고 전국 교통량의 70%가 몰려있다. 기존의 교통시설로는 교통 물류난 해소가 어려우며 외국에 비해 물류비용이 과중하여 사회·경제적 손실이 막대하고 국가 경쟁력도 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새로운 교통시설의 확충방안중 고속철도 건설이 최적의 대안이다. 고속철도 건설이 미치는 사회·경제적 효과는 엄청난다. 여객 수송만 해도 1일 철도 18만명에서 고속철도는 62명으로 대폭 증가한다. 기존 경부선의 컨테이너 수송능력도 연간 39만개에서 300만개로 증가한다.
◇2단계사업의 필요성== 경부고속철도는 서울∼부산간의 교통난과 물류비용 부담완화를 위하여 추진이 불가피하다. 신선 건설만이 고속철도 경제성 확보 방법이다. 대구이남 구간을 신선으로 건설하지 않을 경우 경제성이 없다. 서울∼부산간 고속철도 건설로 연간 2조4천억원 상당의 교통혼잡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밖에 수천억원대의 시간비용 절약은 물론 경주관광객 및 울산지역 주민들에게 이용편의 확대로 경주역 이용 1일 2만명, 연간 730만명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2단계사업 현황==대구 이남(대구∼경주∼부산)신선건설 구간(128.8km)인 2단계사업은 정부의 조기착공 방침 결정에 따라 총 18개 공구중 8개공구를 착공했다. 11공구인 경산시 진량면∼경주시 건천읍 화천리, 12공구인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13공구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양산시 동면 법기지, 14공구 양산시 동면 법기지∼부산광역시 중구 중앙동 구간은 지난해 모두 착공했다.
나머지 13공구중 올연초 3개공구를 착공했고 10개공구는 연내에 순차적으로 착공예정이다. 대구 이남 구간 공사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경주·울산 양지역에 건설사무소를 설치해 운영중이다. 2단계 구간 용지 총매수 대상은 166만평으로 지난해말까지 87만평을 매수했고 올연말까지 85%인 141만평을 매수할 계획이다. 또한 논란이 돼 온 문화재 시굴조사는 시굴대상 32개소중 13개소에서 끝났고 12개소가 진행중이며 2008년12월 완전개통에 차질없이 진행돼 왔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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