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하는 오후

입력 2003-03-12 12:00:44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 성사를 하였습니다

못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 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럽습니다

아직도 뽑아 내지 못한 못 하나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둔 못대가리 하나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김종철 '고백성사'

시인은 하나의 못이라도 단순한 기능적 도구로 표상하지 않는다.

일상적 삶 속에 살아있는 존재 현상을 만나듯이 만나고 있다.

그것은 인간 삶의 존재 문제와 결부되어 삶의 아픔이나 회한 그리고 양심의 문제와 결부된다.

우리의 가슴엔 언제나 뽑지 못한 못 하나 남아 있다.

하물며 아내가 못 본 체 해 준 자국까지 합치면 또 얼마나 많은 것인지.

권기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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