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 먼 이국에서의 유학을 마친뒤 고국의 가족을 그리며 힘들게 공부한 그곳을 다시는 생각지도, 찾지도 않을 것 같은 마음으로 돌아왔다.
그곳 생활에서 한국 특유의 향, 즉 마늘·된장냄새 등의 양념향을 감추는 것이 그곳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에서 이전엔 별로 사용치 않았던 향수를 애용했다.
그러나 여긴 나의 고향, 우리 방식대로 우리의 향기에 젖어 생활하고 있던 어느날, 우연히 화장대 위에서 유학시절 쓰다남은 향수를 발견했다.
그러자 그 향기를 따라 마치 영화필름이 돌아가듯 나의 유학시절의 추억들이 물밀듯 떠오르는 것이었다.
더이상은 생각지도 찾지도 않을 것처럼 미련없이 떠나왔던 그곳에 무작정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그것은 향기를 통한 경험적 추억의 연상현상이었다.
그후로는 이러한 경험을 살려 새로운 여행지로 떠날 때나 어떤 특정한 일을 하는 동안 나름대로 늘 새로운 향기를 준비하곤 한다.
계획된 여정 속에서 여행지의 추억을 생생히 살리기 위해, 또 일 추진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향기와 함께 새롭게 공유하고 싶어서였다.
아르마니향은 베네치아의 밤풍경을, 페리엘리스향은 박사 논문을 준비할 때의 힘겨움을, 에스티로데의 뷰티플향은 노르웨이의 도시 화그네스를 떠올리게 한다.
엘리자베스 아덴의 5th 에버뉴는 오페라 '나비부인'의 의상제작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때를 기억나게 하며, 샤넬 넘버 19, 넘버 5, 마드모아젤의 향은 친구들에게 나를 기억하게 하는 향기로 전해주고 싶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향수 사용이 확대되어 수많은 종류의 향수가 나오고 있다.
얼마전 유행한 노래에 '친구의 애인이 왠지 모르게 좋다'는 노랫말이 있었다.
두 남자 친구가 같은 향기를 지닌 탓에 여자친구가 쉽게 또다른 남자친구에게 친근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연인들간, 친구들 간에는 같은 향기를 나누어 갖는 경우는 피하는 것이 좋을듯 하다.
즉 각자 개성있는 향기를 가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수 등을 통한 후각적 향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인품에서 우러나는 이미지적 향도 우리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1평 남짓한 구둣방에서 하루 수입의 10분의 1을 불우이웃을 위해 떼는 구두닦이 아저씨에게서 풍겨나는 따스한 향기,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30여 명의 홀몸노인들을 챙기는 욕쟁이 아줌마의 가슴 찡한 향기.... 그러한 아름다운 이미지적 향을 우리 삶에 적용하려 노력한다면 우리 사회의 온갖 문제점들도 점진적으로 해결돼 나가지 않을까.
이렇듯 향기는 우리 삶을 풍성하게도 하고 사회의 소리없는 메신저로서의 역할도 하는 소중한 도구이다.
지하철 참사로 슬픔에 잠겨있는 우리 대구·경북민들에게 마음으로나마 노란 프리지어 향기를 보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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