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영수회담 결정 '우왕좌왕'

입력 2003-03-12 12:06:34

청와대 영수회담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한나라당의 위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영수회담을 두고 잇단 당론 혼선, 말바꾸기, 반목 현상이 돌출되는 등 내부 갈등이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청와대 회담은 지난 7일 민주당 김원기 고문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권한대행을 접촉하면서 절충이 시작됐다. 이후 회담은 청와대 오찬회담, 대통령이 한나라당사를 방문하는 회담, 회담 연기 등으로 오락가락하다 결국 박 대행이 청와대를 찾아가 오찬을 갖는 형식으로 되돌아갔다. 이 와중에 의원들간 의견이 갈리고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혼선이 빚어졌다.

당초 박 대행은 "특검법을 뺀 민생.안보 현안에 대해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며 영수회담 당위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당 3역이 "대통령이 야당 당사까지 방문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우려, 청와대 회동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단독회동할 경우 뒷말이 생기는 등 여권의 일방적 전략에 휘둘릴 수 있고 판단, 당 지도부의 동석을 재차 요구했고 이에 따라 청와대 유인태 수석이 10일 당사를 방문해 당 지도부의 청와대 초청을 공식 제의했었다.

그러나 또다시 혼선이 생겨났다. 박 대행과 유 수석간 논의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당사를 방문키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같은 날 오후 열린 한나라당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상당수 참석자들이 "노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위한 모양새 갖추기에 이용되는 게 아니냐"면서 노 대통령의 당사 방문은 물론 회담 자체에 반대론을 들고 나왔다. 게다가 노 대통령이 자민련 지도부와의 만찬회동을 가질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 방문은 특검제 거부권 행사를 위한 수순'이라는 반대론이 확산됐다.

하지만 11일 오전 박 대행은 "오늘 어떤 형태로든 노 대통령과 만나겠다"며 영수회담 강행의지를 밝혔고 이어 소집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회담으로 결론지었다. 원내 제1당이 대통령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회담 날짜를 두고 다시 진통이 생겨났다. 11일 노 대통령의 일정이 빡빡한데다 자민련 지도부와의 만찬회동을 의식, "대통령이 하루에 야당 대표 두 명을 만나는 전례가 없다"며 회담 날짜를 하루 연기했다. 회담의 성과도 불투명한데 한나라당은 회담 이전부터 스타일을 구긴 셈이 됐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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