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말 외환위기 상황이 재연되는가. 국내 외화 자금이 해외로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촉발된 외환위기는 당시 원화 환율을 달러당 2천원대까지 올려놓았고 주가는 종합지수 400선이 붕괴됐다.
환율과 주가가 무너지는 속도를 보면 최근 상황이 당시의 위기와 흡사하다.
한국 경제불안 요인이 마치 한 곳에 집결된 느낌이다.
이런 상태에서 일부 계층의 '달러 사재기'는 사태 악화를 부채질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대외 여건이 불확실해도 우리 내부 결속력마저 상실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당국의 발빠른 대응책이 요구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거주자외화예금은 139억7천만달러로 작년 말 대비 15억4천만달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 유학보낸 학부모들 상당수는 환율 급등에 불안을 느껴 한꺼번에 수만 달러씩 송금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주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보유자금을 대부분 달러로 바꿔놓아 언제라도 한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있고 국내에 예치해 둔 달러를 찾아가겠다는 교포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달러 부족을 느낀 은행마저 원화예금 금리는 속속 내리면서 달러 등 외화예금 금리는 잇따라 올리고 있으니 소위 달러 '엑소더스'의 서곡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물론 지금은 외환보유고가 1천2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어 97년처럼 당장의 위기 발생은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당시에는 없었던 이라크 전쟁과 북핵(核)이라는 돌발 변수가 버티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상황이 더 나빠질수도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SK 분식회계 사건이 터져 한국의 신용도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사재기'는 매점 매석 심리를 부추겨 경제 질서를 크게 혼란시킨다.
9.11 테러 당시 미국 국민은 극한 위기 상황에서도 주식 투매를 자제하는 시민 정신을 발휘, 결국 주식시장 붕괴를 막았다.
비록 일부 수도권 부유층의 안이한 행동이지만 '달러 사재기'는 불안심리를 증폭시키는 암적 요인임은 두말할 나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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