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참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점점 빠르게 흐르는 세월에 발맞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레그로로 달려가고 있다.
나는 알레그로도 모자라 프레스토로 질주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듯이.
올해 고3 수험생이 된 딸과 남편, 우리 가족 셋은 아침이면 더욱 바쁘다.
각자의 몸단장과 하루생활에 필요한 소지품과 첼로를 전공하는 딸의 악기와 악보 챙기고 아침밥을 허겁지겁 먹은 뒤, 마지막으로 커피 한 잔까지 타서 들고 차에 오르면 뒤도 안돌아보고 학교와 연습실로 줄행랑치듯 달려간다.
이것이 우리집 아침시간 풍경이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한 우리 식구 셋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항상 늦은 밤이다.
무엇이 이다지도 우리를 바쁘게 하는 것일까?
연습실에서 비교적 한가한 틈을 타서 또 한 잔의 커피를 기울이려다 문득 여유로웠던 옛 추억에 젖어든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오신 어머니께서 가족들을 위해 맛있게 준비하신 아침 상앞에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얘기하며 웃음꽃 피우던 즐거운 시간들.
구수한 밥 냄새와 옅은 장작불에 석쇠를 얹어 방금 구워낸 꽁치구이랑 가마솥을 긁어 만든 물누룽지는 소박하지만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풍성함과 여유로움이 있었다.
막내인 내가 이방저방 다니며 식구들을 불러 모았던 그 때의 아침 식사 시간은 요즈음 생활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 되어버렸다.
어쩌다 언니들과 다투어 화가 나 아침상에 앉지 않을 때에도 굶고는 학교에 가질 못했다.
웃는 얼굴로 다독거려 아침밥을 꼭 먹여 학교로 보내곤 하시던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요즘 늘 맞이하고 있는 아침식사 시간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여유있는 아침 상앞에서 하루의 생활을 얘기하며 계획한다면 어렵고 힘든 많은 문제들이 조금이나마 사라질 텐데.
이제는 분주하고 허둥대는 아침에서 벗어나 안단테의 여유로 풍요로운 아침을 만들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사랑하는 딸과 남편을 위해.
김애규 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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