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앙로는 '도심속의 섬'

입력 2003-03-11 13:20:52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지 20여일이 지나면서 '대구의 심장'인 중앙로의 경기가 급속히 침몰하고 있다.

특히 지하철,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이 차단되면서 유동인구가 예전의 절반 이하로 줄어 중앙로가 '도심속의 섬'으로 변하고 있다.

중앙로역 인근 상가들의 매출은 통행인 감소 등 영향으로 급격히 줄었다.

상인들은 사태 수습이 장기화될 전망을 보이자 임대료조차 내기 어려운 현실에 속앓이만하고 있다.

중앙지하상가는 개점휴업상태이며 지상의 상가들도 중앙로역을 중심으로 대구역쪽은 50%, 반월당쪽은 70%의 영업손실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낮 12시 해물탕, 삼계탕, 중국집 등으로 유명한 중앙로 한 골목의 ㅈ식당엔 좌석 94석이 모두 비어 있었다.

30분이 지나서야 2개 테이블에 4명의 손님이 들어왔다.

다시 15분이 지난후 3명이 식사 하러 왔다.

1시간동안 손님은 총 7명에 그쳤다.

이 식당의 임대료는 한달 400여만원으로 하루 매출이 150만원 정도 돼야 인건비 등을 감안한 현상유지가 가능한 형편이다.

하지만 요즘은 매출이 하루 18만원선으로 떨어졌다.

식당주인 백강수씨는 "24년동안 장사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가게문을 닫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말했다.

동성로 3가 한 빵가게 주인은 유가족들을 걱정하면서도 케이크, 샌드위치 등 팔리지 않아 매일 버려져 나가는 빵을 보며 가슴을 태우고 있다.

이 가게는 참사이후 매출이 80%정도 줄어 종업원을 아예 내보냈다.

현재 가게 2층의 중고생 대상 음악학원은 문을 닫은 상태이다.

향촌동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 주인은 "이전에는 가게에서 밖을 내다보면 사람들이 40~50명정도 보였지만 지금은 10여명밖에 없어 상권이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매출이 70%정도 줄어 한달 임대료 120만원을 내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3월부터 신기종 출시, 가격 인하 등으로 휴대전화 업계의 경기가 풀릴 것을 기대했지만 통행인 감소로 불황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정은 영화관업계도 마찬가지다.

"요즘 학부모들이 불안심리로 중고생들을 시내에 잘 보내지 않아 영화관을 찾는 젊은층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남일동 한 영화관 관계자는 관람객들이 예전보다 70%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평소 주말이면 7천~8천명이던 관객이 요즘 2천명정도밖에 안된다는 것. 그는 직접피해뿐만 아니라 영업손실 등 간접피해에 대해서도 지원범위를 넓혀 주기를 바라고 있다.

동성로 3가 필방, 운동구점, 안경점, 헤어숍 주인들도 "종전엔 단골손님이 많았지만 참사후 장사가 안돼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가게주인들은 유동인구가 80% 정도 줄어 그만큼 매출도 감소했다며 노선버스라도 하루 빨리 다닐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했다.

민병곤기자 min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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