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2차 이라크 결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미국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 러시아, 독일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급속히 냉각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의 무장해제 시한을 17일 이후로 연장해주는 새로운 안보리 결의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는 한 익명의 영국 총리 대변인의 말을 인용, 새 결의안은 유엔 무기사찰단의 보고서를 기초로 작성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구체적 요구조건들을 명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제안은 미국과 영국, 스페인이 이라크전 결행을 위한 '3국 연합'을 결성한데 대해 프랑스를 주축으로 러시아와 독일 등 유럽 3개국이 사실상 반대동맹을 구축해 서방세계가 양대 진영으로 대립, 분열되는 양상을 빚고 있는 데 대한 타협안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영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이라크 결의안에 대해 안보리 이사국들의 반대 여론이 확산됨에 따라 결의안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허용하는 결의안을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10일 시작된 가운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러시아가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다른 이사국들도 반대,혹은 기권 의사를 밝혀 미국의 결의안 통과 노력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15개 이사국중 9개국 이상의 지지를 얻고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가 없어야 한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는 이라크 전쟁의 길을 여는 제 2차 이라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미국과 영국이 제의한 결의안에 대해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거부권 행사 여부는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있다.
비상임 이사국인 파키스탄과 칠레는 현 상황에서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결의안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미국의 집중적인 설득 대상인 이들 2개국이 결의안에 대해 반대하거나 기권할 경우 9개국 이상의 지지를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 시리아가 명백한 반대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나머지 국가들에 대해 외교적 노력을 집중하고 있으나 파키스탄과 앙골라가 기권의사를 시사하고 칠레가 유보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9개국 지지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자파룰라 자말리 파키스탄 총리는 이날 이라크에 대한 어떠한 공격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안보리 표결 방향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파키스탄 집권당 고위 간부는 파키스탄이 표결에서 기권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수와 팔 기니 외무장관도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기니는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불가리아는 미국의 새 결의안을 지지한다고 거듭 밝혔다.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인 멕시코와 칠레는 이라크 사태를 둘러싼 안보리내의 대결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솔레다드 알베어 칠레 외무장관은 안보리 표결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결의안 이외에 다른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신종합=여칠회기자 chilhoe@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