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주치의-가정간호제

입력 2003-03-11 09:29:51

이모(73·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할머니는 난소암, 뇌졸중, 욕창 등으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병원 치료도 한계에 이른 상태. 지금은 우연히 알게된 가정간호제도에 의지하고 있다.

집으로 찾아 오는 간호사로부터 수액주사를 맞고 영양점검도 받는다.

물론 통증이 심할 땐 진통제를 맞고 욕창관리를 위한 처치도 받는다.

가끔 호스피스로 활동 중인 목회자가 방문, 정신적 안정을 위해 기도를 해 주고 있다.

이 할머니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그 이상의 서비스와 위안을 받고 있다며 만족해 한다.

직장암 말기 상태에서 수술받은 하모(56·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씨는 수술 후 하반신 마비증상과 통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가족이 없는데다 병원비가 부담스러워 궁리 끝에 가정간호사를 찾게 됐다.

지금은 간호사의 도움으로 통증 치료는 물론 식사, 배변까지 해결하고 있다.

'가정간호제'는 정보산업화 및 핵 가족화 등으로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는 와중에 나온 선진화된 제도이다.

얼마전 보건복지부는 '호스피스간호'를 제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가정간호제를 '말기암 환자 간호' 영역으로 세분, 확대화하려는 의미를 띠고 있는 것 같다.

비제도권의 호스피스 영역을 제도화함으로써 의료비를 줄일 뿐 아니라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보인다.

가정간호제는 어떤 것일까? 일반인은 물론 아직까지 의료인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좋은 제도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정간호제는 노령화된 가족 구성원의 증가로 인해 경제·사회·의료적인 부담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의료이용의 편의와 의료비 절감을 목표로 한 수요자 중심의 보건의료제도이다.

입원을 할 경우 비싼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뇌척수장애·뇌졸중·말기암 등)들이 그 대상이다.

가정간호는 이들을 찾아가 암성 통증관리, 비위관, 기관지절개관, 유치도뇨관 등의 관리와 함께 욕창 및 압박성 궤양 등의 상처를 처치해 준다.

의료의 혜택에 소외되고 방치된 환자들이 아주 많다.

죽음의 마지막 순간까지 좀 더 인간적인 삶을 유지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료서비스가 가정간호제이다.

기존 병원급에서 시행하던 이 제도는 2001년 2월부터 의원급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를 도입한 의원은 전국에서 한 곳 뿐이다.

의료인, 환자 모두에게 홍보가 제대로 안된 것도 이유이지만 그보다 수익성이 높지 않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조만간 도입될 호스피스간호제 역시 시행 초기에 여러 문제점을 노출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도가 가정간호와 호스피스제도보다 선진화된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의료비용의 적절성, 서비스의 표준화, 사회의 다양한 참여 등의 전제돼야 할 것이다.

최경혜 원장(동서제통의원·가정간호사업소)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