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헌금 사회구제비로

입력 2003-03-11 09:58:04

"과연 한국에 이런 교회, 이런 목사도 있는가?"

'감자탕 교회 이야기'(양병무 지음, 김영사 펴냄)를 펴드는 순간부터 가슴 밑바닥에서 청량감과 짜릿함이 물밀듯 밀려온다.

한 자그마한(?)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백하게 적어놓은 글에서 이 정도 감동을 얻을수 있다니 한국 기독교계는 문제가 많긴 많았던 모양이다.

물론 모든 교회가 그런건 아니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좋지않은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왔다.

호화롭고 큼직한 교회건물, 권위적인 목사, 헌금과 재정을 둘러싼 싸움, 목사는 장로.집사를 욕하고, 교인은 목사를 내쫓고….

서울광염교회.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작은 교회지만, '존경받는 목사님, 행복한 성도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다.

설립 10주년이 넘었지만 변변한 교회 건물 하나 없다.

5층짜리 상가건물 1층에는 감자탕 집이 있고 교회는 3층에 자리잡고 있는데, 옥상에 매달린 감자탕 집 간판은 크고 교회 간판은 너무 작아 잘 보이질 않는다.

감자탕 교회라고 불리는 이유다.

성인 교인이 900명 넘고 셋방살이의 좁아터진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도, 누구하나 불만이 없다고 한다.

광염교회의 예배 풍경. "주일 낮 예배를 5부로, 저녁 예배를 3부로 나누어 드릴때, 신자들은 앞시간 예배 본 사람들이 빠져나가길 기다리면서 1층 입구에서부터 3층 예배당까지 길게 늘어서 있으면서도 즐겁게 웃으며 교제를 나눕니다.

공간이 좁아 몸을 움직일 틈이 없고 짐짝처럼 어깨를 맞대고 예배를 드리는 상황이 오히려 사랑을 더욱 돈독하게 해주는지 모르겠습니다".

조현삼 담임목사는 건물 보다는 사람에 투자한다는 확고한 목회 철학을 갖고 있다.

교회재정을 100만원만 남기고 집행하고, 절기헌금 전액을 구제비로 집행하고,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에 고통받는 사람과 전도가 필요한 곳에는 뭉칫 돈을 쓰고….

큼직한 교회건물 보다는 광염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세상의 빛(光)과 소금(鹽)'이 되길 실천하고 앞장서는 교회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조 목사의 목회철학을 한번쯤 깊이 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저자는 조 목사의 성공(?)요인으로 △전도활동에 모범을 보이고 △설교시간에 자신이 먼저 회개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나 외국인 근로자 등 남을 섬기는데 앞장서고 △걸레로 청소할 정도로 교회일에 앞장서고 △특별대우를 받지 않고 스스럼없는 토론을 즐기고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설교를 한다는 점을 들었다.

무엇보다 조 목사가 이같은 사랑의 실천을 할 수 있는 것은 가난의 경험과 가난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 관리자로서의 삶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 목사는 "세상에서는 가난한 목사, 하늘에서는 부자 목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조 목사의 사례는 새로운 것도, 특이한 일도 아닐 수 있다.

하나님의 원칙과 성경말씀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워낙 혼탁하고 부패한 사회속에서 살다보니, 우리가 머리속으로 그려왔던 목회자 상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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