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판(국보 제32호)의 훼손 실태가 알려지면서 장경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장경판은 세계문화유산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한마디로 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판전(국보 제52호)만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유산일 뿐 경판은 국보 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판전과 경판이 함께 세계문화유산이거나 오히려 경판이 세계문화유산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해인사측은 물론 문화재 관계자, 대부분의 언론들까지 경판의 중요성만 내세워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판'으로 호도했기 때문이다.
1995년 12월 해인사 판전과 함께 경주 석굴암, 서울 종묘 등 3건의 세계문화유산 지정과 함께 조계사에서 가진 '등록 기념법회' 당시 안내장과 현수막, 거리의 대형 광고탑 등 기록에는 온통 경판으로 표기돼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해인사 경내의 한글·영문·일어로 표기된 안내판에도 버젓이 경판이 세계문화유산인 것처럼 표기돼 있을 뿐 아니라 각종 홍보물에도 혼돈을 가져오고 있다.
논란이 일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유네스코가 정한 것은 경판이 아니라 판전"이라고 밝혔다.
유네스코 문화유산담당 박성용 차장은 "유산적 가치로는 경판이 더 높을 수 있지만 세계문화유산은 '부동산' 문화재에 한정돼 있는 만큼 제외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경판은 '동산' 문화재일 뿐 아니라 동남아 등 일부 불교권에만 해당하는 유산으로 보편적·세계적 가치에서 벗어나 지정될 수 없다는 것.
세계문화유산은 부동산 유산과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기록유산으로 나뉘며 보편적·세계적 가치를 가지며 모든 사람들이 보전을 바라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 유산은 총 125개국 730점(문화:563, 자연:144, 복합:23), 무형유산 19점, 기록유산 33개국 68점이 등록돼 있다.
우리나라는 해인사 팔만대장경 판전을 비롯한 7점이 부동산 유산, 서울 종묘제례와 제례악이 무형유산, 훈민정음 등 4점이 기록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오류는 바로잡고 나아가 장경판을 또 하나의 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받기 위한 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된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