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의 토론이 남긴 것

입력 2003-03-10 12:06:05

9일 오후 생중계된 노무현 대통령과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 장면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통령의 자존심을 건드릴 정도로 평검사들의 '위험한'(민주당 사무총장의 표현을 빌리면 '버릇없는') 발언들이 쏟아졌고 대통령도 불만과 섭섭함 등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날 대화의 자리는 개혁이라는 기치를 내건 참여정부의 핵심 인사들 그리고 대통령마저도 개혁 지상주의에 매몰돼 지나칠 수도 있는 문제를 일깨워 주었다는 점에서 순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날 대화는 검사들의 집단적 의사표시가 발단이 됐다.

검찰 지도부의 인사를 앞두고서다.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검사들은 이날 자신들을 '인권의 최후 보루'라고 했고 "노무현 정부의 검찰이 아니라 영원한 검찰이고 국민의 자식"이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권력의 눈치를 살피고 정치권 줄대기에 바빠 국민으로부터 멀어진데 대한 반성이 선행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순수성이 훼손된 상태에서 하는 말에 무게가 크게 실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도 검찰이 인권의 보루요 국민의 검찰로 비쳐졌을까 의문이다.

대통령으로부터 사실상 불신임을 받은 김각영 검찰총장이 '중도하차'하면서 후배검사들의 '기개'를 자랑스러워 했다지만 오히려 인사문제를 갖고 대통령에게 집단 의사를 표시할 수 있을 정도의 특권층으로 비쳐졌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멀어졌던 국민들에게 한 발 다가서는 계기는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노 대통령으로서도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됐다.

만일 비슷한 케이스가 있다면 다시 특정 집단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까? 우리나라에는 검찰 같은 권력기관은 없지만 목청을 높여 집단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곳은 수없이 많다.

공직사회 내에서도 그렇다.

대통령 자리가 대화나 토론만 하는 자리도 아닌 만큼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또다른 이해그룹의 집단항명 사태 등이 발생했을 때도 이같은 공개토론회를 허용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9일의 대화가 '검찰에 대한 특별 대우'로 비칠 수도 있다.

또 일단 힘도 세고 목소리도 크고 봐야 한다는 비뚤어진 인식을 국민들에게 더 강하게 심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하기도 어렵게 됐다.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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