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500선 간접투자 적기인가

입력 2003-03-08 12:22:34

주가가 연일 추락하는 가운데 주식 관련 펀드에는 시중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 500선대가 '간접투자 적기'라는 주장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주식형 상품에 돈 몰려=투신협회에 따르면 거래소시장 종합주가지수가 600선 아래서 머문 지난달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월초 10조6천380억원에서 월말 11조290억원으로 3천910억원 증가했다.

지난 4일 기준으로도 11조680억원으로 늘었다.

주식 혼합형 펀드 설정액도 지난 달 초 15조6천980억원에서 월말 15조9천320억원으로 2천340억원 늘었고 이달 들어서도 소폭 증가했다.

아울러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단기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도 같은 기간 3조3천억원 늘었다.

반면 채권 혼합형과 장기 채권형은 각각 36조원과 24조원 수준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투신협회 관계자는 "600선 아래 주가가 바닥권이라는 인식이 퍼지며 상승 반전을 기대하는 주식 펀드자금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은 인덱스펀드나 주식 편입비율이 비교적 낮은 주식 혼합형을 중심으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투자 적기?=종합주가지수가 500선대에 머물자 투신권은 간접투자하기에는 좋은 기회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한국 증시의 지수 600선 미만은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져 반등가능성이 크고 추가 하락시도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낮다는 것이 그 이유다.

투신권은 반등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전문가가 짠 투자전략에 따라 운용되는 펀드 등으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간접투자를 권하고 있다.

한투증권에 따르면 지난 90년 이후 종합주가지수 흐름을 분석한 결과 지수 600을 기준으로 손실 비율은 8.3%인데 반해 이익 비율은 20%로 상대적인 우위를 보였다는 것. 이로 볼때 정부의 투기억제로 인해 매력이 감소할 부동산이나 풍부한 유동성으로 실질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은행예금에 비해 유망한 주식이나 주식 관련 상품에 투자할 시기라는 것.

미래에셋투신도 최근 과거 10년간의 코스피200지수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종합주가지수 600선 전후의 지수대에서 주가가 30% 이상 상승한 경우는 60%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현 지수대가 주식관련 투자에 유리한 시기라는 얘기다.

최명의 SK투신 사장은 "주가지수의 과도한 하락으로 향후 상승 가능성이 높다"며 "1년을 보고 투자할 경우 반등시점이 3개월이냐 6개월이냐의 문제일뿐 주식상품이 은행 금리보다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투신사들은 주가 상승에 강한 신념이 있으면 '인덱스형 펀드'를, 주가가 반등 이후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면 '전환형 펀드'를, 주가상승에 따른 고수익을 목표로 할 경우엔 '순수 주식형 펀드'를 각각 선택하도록 권장했다.

▨아직은 글쎄…=우리나라와는 달리 지난 주 미국의 주식형 뮤추얼펀드는 2주 연속 대규모 순유출을 기록했다.

미국의 펀드 조사업체인 AMG 데이터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일주일 동안 미국의 주식형 펀드에서는 총 37억달러가 빠져나가 전주의 36억달러에 이어 자금 유출세가 지속됐다.

항목별로는 인터내셔널 주식형 펀드에서 19억달러가 유출됐고 글로벌 펀드, 아시아퍼시픽 펀드(일본 제외), 이머징마켓 펀드 등에서 일제히 자금이 순유출됐다.

또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도 지난 주 64억달러가 순유출된 반면 최근 자금 유입세가 이어지고 있는 과세형 채권 펀드에는 지난주에도 37억달러가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금융회사들의 우리나라 증시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최근 미국의 메릴린치증권은 한국에서 북한 문제를 비롯한 국내·외 악재가 이어짐에 따라 서울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overweight)'에서 '비중 축소(underweight)'로 하향조정했다.

메릴린치는 투자전략보고서에서 지난해 12월 초부터 한국증시의 투자 비중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다 최근 북한 문제 등을 감안해 결국 비중축소를 결정함으로써 '기권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증시의 주가가 현재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보이나 주가 수준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당초 북한에서 비롯된 정치적 긴장이 빠른 시일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는 지나친 낙관론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증시는 북한 문제 이외에도 여러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고 고유가와 불안정한 일본 엔화 시세 및 세계 경기 회복 둔화 등을 대표적인 외부 요인으로 꼽았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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