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울지말아요 대구여

입력 2003-03-07 12:07:38

6일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다.

세월은 어김없어 다시 봄이 찾아왔다.

대구에는 요 며칠동안 꽃샘추위가 시민들의 가슴을 움츠리게 하더니 봄비가 봄을 재촉하고 있다.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대구지하철 참사의 아픔이 살아남은 이들의 가슴에 아리도록 남아있지만 이들의 아픔은 남의 일인 양 봄은 어느새 저만큼 가까이 와 있는 것이다.

겨울 가뭄을 해소시켜주는 봄비가 반갑긴 하지만 지하철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려는 하늘의 눈물이려니 생각하면 반가운 기색을 하기도 마뜩지 않다.

대구시민들은 지금 지역출신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노무현 정부의 첫 국무회의에서 정의한 '지난 80년 광주와 비교될 정도의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그러면서 사고발생 보름이 넘도록 제대로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다.

한나라 의원들에 실망

지방정부는 초기 대응부터 기회를 놓쳐 우왕좌왕하면서 수습의 가닥조차 제대로 못 찾고 있는 것이다.

수사기관도 첫 대응을 잘못해 자칫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다.

정치권도 그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100% 한나라당 의원 뿐인 대구.경북지역에서 국회의원들이 유권자들의 뜻을 제대로 헤아려 행동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다'라는 합창이 터져나올 정도다.

정치인들은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DJ정부의 실정 탓도 있지만 대통령 선거에서조차 한나라당에 절대적인 지지를 몰아준 지역민들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지도부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조해녕 대구시장이 사고 책임 공방에 휘말리고 있는 마당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같은 당 출신 조 시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그렇다고 위로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입장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지역 국회의원과 한나라당이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진 대구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얼마만큼 기울였던가 하는 물음에 대해선 의문을 안 가질 수 없다.

적어도 대구 시민을 대표해 정부와 직접 교섭에 나서고 사고 수습을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책을 끌어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기본 시각이다.

수습과정에서 지방정부의 능력이 모자라 처리가 지연되거나 자체 수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중앙정부가 나서도록 빨리 조치해야 했다.

법적 미비점과 뒷받침 문제 등도 국회에서 먼저 들고 나와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에서 전혀 노력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부녀당원들을 중심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폈고 합동분향소에서 사고 유가족들의 민원을 수렴하기 위한 창구도 만들었다.

국회의원들이 교대근무를 하며 유가족들과 사상자 가족들의 민원을 챙기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과 일본 등지에서 지하철 참사를 교훈으로 삼기 위해 취재진을 파견하고 예방학습을 하는 등 100년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초대형 참사에 대처하는 지역 국회의원들과 당지도부의 대응책이 그 정도에 그쳐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대구시민들은 자신들이 뽑아 준 국회의원들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

수습에 적극적인 모습을

대구는 한 때 영남학맥의 중추로서, 정권의 창출지로서, 전국 최고의 섬유도시라는 자존심을 자랑했다.

그런 대구가 추락을 거듭하면서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힘든 두 차례에 걸친 대형 지하철 사고까지 초래, 지역민들이 좌절과 실의에 빠지도록 한 것이다.

낙담하고 있는 지역민들을 위해 정치인들이 한 목소리로 외쳐주길 바랐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심리적 공황상태의 대구와 대구시민들을 위해 지역 의원들과 한나라당이 앞에 나서 이 아픔을 추스르고 헤어날 수 있도록 물꼬를 틀어 주어야 한다.

난국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높은 지지를 보여주었던 지역민들의 성원을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민주당도 지역 정당의 한계를 벗고 대구에 터전을 삼기 위해서는 당 차원에서 배전의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찾아보면 방법은 많을 것이다.

'대구여 울지 말아요. 내가 있어요'라는 마돈나의 감미로운 에바 페론식 노래는 아니더라도 좋다.

'여기, 우리가 있어요'를 외쳐주기 바란다.

비온 뒤의 땅이 더 굳어지듯 아픔을 딛고 일어서려는 대구를 위해 국회의원들이여 앞장서라. 다음 국회의원 선거도 불과 1년밖에 남지 않았다.

홍석봉 정치1부장 hsb@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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