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경찰 현장훼손 책임 미루기

입력 2003-03-06 12:52:02

민주당의 '대구지하철참사 현장 보존 실패에 대한 진상조사단'이 5일 오후 중부경찰서에 설치돼 있는 수사본부와 대구지검을 방문, 현장 훼손에 대한 책임을 따지며 수사 간부들을 질타했다.

국회 법사위 간사로 조사단장을 맡은 함승희 의원은 조사활동을 마치고 "사건에 대한 인식의 잘못으로 자기 직분에 대해 무능과 무책임, 소극, 무사안일로 대처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함 의원은 이어 "이 사태에 대한 법적·행정적 책임을 물어야 하고 검찰이 못한다면 국회 차원에서라도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현장 훼손=함·박 의원과 송석찬·유재규 의원 등 4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대형 사망사건의 경우 신원 확인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장보존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사건 초기 현장을 훼손한데 이어 수거된 잔재물에서 유해 등이 나왔을 때도 검찰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추궁했다.

사고 당일 저녁 취재진과 국회의원 등이 현장을 헤집고 다녔고, 다음날 실종자 가족들이 현장에 내려간 것은 검찰이 현장을 보존할 의도조차 없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또 유류품을 통한 신원 확보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함 의원은 또 "사고현장이 훼손된 것은 현장보존·수사 지휘권을 가진 검찰의 잘못인데도 검찰은 변명만 하고 있다"며 "대구시 등의 현장훼손 과정을 경찰로부터 보고 받거나 요청받은 적이 없다는 답변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수사 지휘 =조사단은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도, 12명이 사망한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 때도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구성됐고 본부장은 서울지검 2차장이 맡았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조사단은 검찰을 떠나면서 "이번 참사를 통해 검찰의 수사 지휘능력이 위험 수위에 달했음이 드러났다"고 했다.

또 "대형 테러사건이었던 만큼 검찰 주도 아래 검경의 철저한 공조수사가 필요한데도 경찰만 수사본부를 꾸리고 검찰은 뒷전에서 보고나 받고 지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경찰

이에 앞서 조사단은 수사본부에서 "검사가 현장에 몇 시에 나왔느냐. 수사지휘를 누가 했느냐. 왜 검찰과 경찰이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지 않았느냐. 전동차 이송을 지시한 것은 누구냐. 현장에 군병력까지 동원해 청소를 한 것은 누구의 지시냐"등의 질문을 쏟아내며 궁지로 몰아넣었다.

조사단의 의문은 이번 참사를 사고로 보느냐 사건으로 보느냐에서 부터였다.

경찰은 사건이 아닌 사고로 인식했다고 했다.

반면 함 의원은 "자기 목적과 주장 그리고 이해를 위해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범죄의 수단으로 삼은 것은 전형적 테러이며 대형 방화 살인사건이다"고 강조했다.

끈질긴 조사단의 추궁에 현장을 보존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이 경찰의 답변이었다.

경찰은 그러나 군병력이 현장을 청소한 사실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로부터도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사단은 이에 대해 "누군가는 지휘했을 것이고 책임자도 있을 것 아니냐"는 추궁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경찰은 "청소를 한다는 통보가 왔다면 우리가 막았을텐데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힐 뿐이었다.

함 의원은 "당신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기 집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도 가족의 접근을 차단하는 장면을 보지도 못했는가"라고 따졌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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