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국내 지하철 안전기준 "C급"

입력 2003-03-06 11:48:17

국내 지하철 및 도시철도의 안전기준 및 설계기준이 선진국과 비교해 C급 정도로 매우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유럽, 일본 등 철도 선진국이 화재방재를 위한 안전기준을 계속 상향 조정하는 추세인 점을 감안, 현재 성안중인 '철도안전법(안)' 제정시 운송특성에 맞는 기준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6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지하철 안전확보를 위한 개선방안' 정책간담회에서 철도기술연구원 김동현 박사는 "현재 대구지하철을 포함, 국내철도의 안전기준 및 설계기준은 C급 정도로 또다른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철도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A급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또 "기존 국내 철도의 안전관리 방안이란 '기준'이나 '규칙' 정도로 제한된 것이 고작이고 내용 역시 구체적이기 보다 포괄적"이라며 "기존 철도에 대한 안전기준을 대폭 상향하는 한편 향후 건설될 지하철에 대해선 설계기준까지 A급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안전기준이 A급인 선진국의 경우 이탈리아는 '내무부 법령', 일본은 '화재운영법', 미국은 '안전법규', 중국은 '지하철 표준설계' 등으로 별도 철도 안전규정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날 정책간담회에서는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지하터널 내 소화전이나 소화기 설치 △기관사, 중앙통제 사령실 등의 운영자에 대한 훈련 및 교육강화 △역사 및 전동차 내장재를 1급 난연재 사용 △탈출로 및 비상계단으로의 연기 전파억제 가압장치 설치 등이 지적됐다.

전문가들 "A급으로 높여야"

6일 국회 건교위가 마련한 '지하철 안전확보를 위한 개선방안' 간담회에서는 대구지하철을 포함한 국내 지하철의 안전관리시스템을 전면 재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연내 '철도안전법'을 제정, 철도차량 및 시설물에 대한 안전기준과 설계기준을 선진국 수준인 A급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전관리 현황=철도기술연구원 김동현 박사는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국내 지하철과 미국, 홍콩 등 선진 지하철의 '피난'과 관련한 안전관리 운용체계를 비교했다. 결론은 국내 지하철의 안전체계가 엉터리라는 사실.

먼저 '피난 허용시간에 관한 기준'의 경우 미국과 홍콩은 이미 허용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국내 지하철은 별도 기준이 없다. '피난시 계단 및 에스컬레이터 운용에 관한 기준'이나 '공간별 내화시간에 관한 기준' '케이블류에 관한 화재시 작동 기준' 역시 아예 설정되지 않거나 미흡하다는 것. 이는 지하철 역사.터널의 설계단계에서부터 승객의 대피거리나 별도의 119 구조대 진입로 등이 고려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반면 미국과 홍콩은 이같은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김 박사는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국내 철도재해에 대한 안전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는만큼 철도 선진국의 방재대책 및 기술동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지하철 참사의 교훈=신영국 건교위원장과 한나라당 이해봉.김광원 의원, 민주당 김홍일 의원, 양성호 건교부 육상교통국장 등 참석자들은 대구참사 결과, 개선점들을 지적하며 조속한 시정을 촉구했다.

우선 △기관사, 중앙통제 사령실 등 운영자의 훈련 및 교육강화를 꼽았다. 1080호 기관사가 전원장치인 '마스콘키'를 뽑은 것이 대형참사를 낳았고 파장이 사건은폐 의혹 등 지하철공사측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됐다는 점 때문이다. 또 △기관사의 운행전 음주측정, 약물복용, 피로도 검사제도 도입 △대국민 재난대처 홍보교육 강화와 △차량내 비상조치요령 팜플렛 구비 등도 선행돼야 할 과제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특히 △역사 및 전동차 내장재를 1급 난연재료만 사용 △탈출로 및 비상계단으로의 연기 전달을 억제하는 가압장치를 설치 △객차내 비상탈출 유리창과 해머 구비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함께 1079호 전동차 보다 늦게 도착한 1080호에서 오히려 피해가 극심했다는 점에서 △화재시 전면적 차량진입 통제 및 △재난방지를 위한 다중 신호통제 시스템 도입 △승강장에 역무원이나 공익요원 배치 등의 의견도 나왔다.

김 박사는 "역사와 터널내 구난 보급소를 설치해 방열복, 산소호흡기, 인공소생기, 손전등, 들것을 구비하고 대구를 포함한 5개 지역 지하역사에 대해 연기생성 현장시험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국내 지하철의 차량.시설.장비 등에 대한 안전관리 현황을 미국, 일본, 아탈리아 등 선진 지하철과 비교 분석,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는 과제를 발굴해 향후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철도 선진국의 지하철 안전관리 시스템간의 근본적인 차이는 안전기준을 법으로 규정하느냐 여부다. 이탈리아의 경우 '내무부 법령(1982년 제정)'이 있으며 미국은 '안전법규 NFPA(1990)', 일본은 '화재운영법'을, 심지어 중국도 '지하철 표준설계' 규정으로 엄격히 안전기준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주요 선진국들이 철도터널(지하철) 화재방재 설계기준 및 시설물 기준을 상향조정하고 있는 추세다. 네덜란드 고속철 건설 프로젝트 위원회는 '객차 내장재가 1급 난연재라 해도 방화나 테러 등 화재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철도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선진국은 화재방재 및 안전용품 규격, 철도 시스템에 대한 시험인증, 역사나 터널의 건설 사례별 안전검증 수준이 매우 높은데다 상향조정되는 추세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도시철도 건설규칙'이나 '차량안전규칙' 등 '기준'이나 '규칙'으로 안전기준을 제한하고 있고 이 마저도 구체적이기 보다는 포괄적이다. 일본의 '화재운영법'에 역과 터널까지 별도 항목을 두고, 미국이 철도생명안전시스템 설계를 위한 모델을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내 여건과 엄청난 차이가 난다.

현재 정부당국은 대구참사를 계기로 '철도안전법(안)'이 마련중에 있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안전기준이나 방재설계 및 시설물 기준을 총족시키기 위한 여건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철도기술연구원 김동현 박사는 "C급에 불과한 지하철 안전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제정과 함께 A급 기준을 시험인증할 수 있는 '철도종합안전방재 시험시설'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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