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임기를 다한 대통령은 다시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왔다.
모든 관직은 영원하지 않다.
우리의 관습 중에 직책을 맡았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한동안 그 직책으로 호칭하는 경우가 있다.
'국장'은 물러나도 '국장님', '총장'은 퇴임해도 '총장님', 지금은 사라진 호칭이지만 '대통령'은 물러나도 '각하' 등으로 부른다.
이런 관습에 대해 정치권력에서는 물러난 사람들의 영향력이 남아있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할 수 있지만 한의학적으로 볼 때는 정신건강을 위한 배려로 풀이될 수 있다.
아무리 마음을 비운 사람이라도 어떤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상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그 자리의 권력이 크면 클수록 허전한 마음은 더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평범한 생활로 돌아갈 때까지 서서히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권력 뿐만 아니라 재력도 마찬가지. 재력가가 갑자기 가난하게 되면 큰 병이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3천년이 된 한의학 고전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는 '귀(貴)함을 맛본 뒤 천(賤)하게 되면 탈영(脫營)이라 하고, 부(富)를 맛본 뒤 빈(貧)하게 되면 실정(失精)이라 하며 비록 외부의 사기(邪氣)가 침범하지 않더라도 병이 안으로부터 생기게 된다'고 했다.
탈영·실정이 되면 기혈(氣血)과 정력(精力)이 모두 손상돼 생기가 없고 피로감, 권태감이 심하고 식욕도 떨어져 몸이 수척해 진다.
병이 오래가면 기력이 쇠약해져 초췌해지고 오한(惡寒)을 느끼거나 때로는 놀라고 불안해 하며 잠도 제대로 못 이룬다.
심한 경우 아무런 이유 없이 사지가 무력하고 굴신(屈伸)이 불편하게 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정신적 치료와 함께 약물요법을 활용해 왔다.
양방의학에서 말하는 신경안정제 없이도 기혈(氣血)을 보(補)하면서 정신을 안정시키고 불필요한 화(火)를 꺼 주며 억눌리고 뭉쳐있는 기운을 풀어주는 한약을 이용해 치료해 왔고 요즘도 이런 치료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복권을 사는 사람이나 혹은 갑자기 수 십억원의 당첨금을 받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도 모두 정신적 질환을 주의해야 한다.
예전에는 있던 것이 없어지거나 많은 것이 갑자기 사라져 생기는 병이 많았지만, 현대에는 없던 것이 갑자기 생기게 되는 경우에 생길 수 있는 정신질환도 경계해야 한다.
경산대 한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