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처방-공황장애

입력 2003-03-04 09:26:37

최근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오던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어느 날 과음을 했다.

다음날 그는 운전 중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며 어지럽고 숨쉬기가 힘들어져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응급실 신세를 진 적이 있다.

이후에도 현기증이 자주 일어나 이비인후과, 신경과 등을 전전하며 각종 검사를 받았으나 뚜렷한 병명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에서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공황장애 환자의 수기를 읽고 정신과를 찾았다.

한 40대 주부는 시부모를 모시는 문제로 남편과 말싸움을 한 뒤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으며 피곤을 자주 느꼈다.

어느 날 식사 준비 중 심장이 두근거리고 뒷골이 당기면서 혈압이 쏵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몸은 화끈거리며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멈출 것 같아 병원으로 달려갔다.

심전도검사, 심혈관조형술 등 여러 검사를 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집에 있는 것이 겁나고, 백화점에 갈 때도 큰 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누군가와 함께 가야 했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위 사례처럼 공황 증세를 경험하고도 빨리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는 경우가 드물다.

이 증세는 갑작스럽게 여러 신체 증상들, 즉 가슴답답함, 호흡곤란, 심장 두근거림, 어지러움, 속 더부룩함, 화끈거림, 손발 저림 등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호흡기, 순환기, 신경계, 소화기 등의 이상을 의심해 여러 과를 전전하게 된다.

공황(恐慌)이란 말은 이런 현상이 오면 공포에 휩싸여 당황하고 어쩔줄 모른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공황이 올 때는 신체증상 뿐만 아니라 죽거나 쓰러질 것 같고 미칠 것 같은 심리증상이 동반된다.

공황장애는 공황 현상이 반복되고 공황이 다시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일어나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처럼 극도로 긴장된 생활을 하게 만든다.

또 두근거림, 답답한, 긴장감 등 신체의 작은 변화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여 평소 즐기던 산책, 등산, 운동 등을 하지 못하며 액션이나 공포영화를 보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부부관계를 피하기도 한다.

광장공포증은 위에 언급된 주부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한 번 공황을 겪으면 다음에 같은 현상이 나타날 때 도움을 받을 수 없거나 피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을 갖게 한다.

이로 인해 집에 혼자 있거나 시장보기, 운전하기, 줄서기, 여행, 엘리베이터 타기 등을 피하게 된다.

광장공포증은 공황장애 환자의 3분의 1, 2분의 1정도에게서 나타난다.

공황장애는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회복될 수 있다.

또 광장공포증은 자신이 회피하거나 겁내는 장소나 상황에 노출하는 실습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개인 차이가 있지만 항불안제를 사용하면 1주일 이내 공황 현상이나 예기불안이 많이 좋아진다.

또 선택적으로 세로토닌(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를 차단하는 작용을 하는 항우울제를 사용하면 3, 4주쯤 지나면 효과가 나타난다.

항우울제는 효과가 늦게 나타나지만 안전하고 졸음이 적고 항불안제보다 중단 후 재발률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약물치료와 함께 우수성을 인정받는 치료방법으로 단기심리치료의 한 종류인 인지행동치료가 있다.

이 치료는 공황이나 공황장애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정신교육', 공황 증상으로 인해 죽음, 정신이상, 졸도 등과 같은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왜곡된 생각을 교정하는 '인지치료', 호흡훈련과 같은 '이완훈련', 운동, 사우나, 공포영화 시청 등을 피하는 것을 부딪치게 하는 '내적감응훈련', 마지막으로 회피하는 장소에 부딪쳐 이겨나가게 하는 '실제노출' 등의 치료 요소가 합쳐진 것이다.

글: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김정범 교수(계명대동산병원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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