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없는 정부보다는 차라리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말 한마디로 20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미국 언론계로부터 '언론 자유를 수호한 언론의 가장 좋은 친구(Best Friend)'라는 칭송을 들어온 토머스 제퍼슨도 막상 대통령이 된 뒤에는 언론을 달갑잖게 여겼던 감정적 정치가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취임전에는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했던 그가 대통령 취임후에는 반대파 신문들을 억제하기 위해 각주(州)에 언론자유 남용에 대한 법적대응을 촉구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가 언론자유론자의 상징으로 그나마 존중받는 것은 언론들이 비록 오류와 진리를 대립적으로 주장 했을때라도 '양측면을 자유롭게 들어주고 어느 것이 진리이고 어느쪽이 거짓인지는 국민(독자)스스로가 결정토록 맡겨 집권자의 판단보다 국민의 지혜를 존중하자'고 한 이지적 언론사상 때문이었다.
제퍼슨이 국민의 지혜쪽을 믿은 것은 진리와 오류가 서로 자유로이 반박하도록 허용될때 오류는 더 이상 위험한 것이 못되므로 권력쪽이 불안해 할 것 없다는 여론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다.
참여정부의 노무현 대통령 경우는 취임하자마자 청와대가 일부 기업에게 신문가판(街販)이 있는게 좋은가 없는게 좋은가라는 의견 청취 조사나 하고 노무현을 사랑한다는 몇몇 아래사람들은 '조폭언론 진압단'이란걸 만들어 자칭 전사(戰士)들 힘으로 수구언론을 '일망타진'하고 신문 끊는 방법까지 개발, 안내하겠다고 나섰다.
언론쪽 사람으로서 일부 언론의 족벌세습체제 폐해나 거대언론의 불공정한 판매질서 파괴행위, 오보 등 사이비적 언론구조와 행태에 대한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데는 눈꼽만큼의 이의도 없다.
노무현식 버전으로 말한다면 '맞습니다.
맞고요'다.
그러나 노 대통령 자신부터 당선직후 자신을 우호적으로 보는 특정 언론사만 맨먼저 방문한 것이나 젊은층 인터넷 매체와 만나 일부 언론이 사사건건 딴지걸고 발목잡는다고 공개비난하는 대언론 자세에서는 포용의 여백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을 지적지 않을 수 없다.
'대화와 타협을 국정운영의 원리로 삼고' '국민통합이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한 취임사는 곧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언론들의 반론과 반대자의 충고도 겸허히 듣자는 화합과 포용의 자세를 뜻할 것이다.
귀에 거슬리는 쓴소리와 나와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는 쪽은 수구나 반동으로 기피하고 자신들이 구축한 개혁성향의 내각과 '네트워크 조직'만이 전지전능한 선지자요 개혁일꾼 들이며 민족의 구세주라는 자만에 빠지면 그 순간 개혁은 상처뿐인 숙청의 일진광풍으로 끝나게 된다.
개혁이란 깃발을 앞세우고 조폭언론진압단 전사들의 집단 세몰이를 통해 언론자유의 기본권에 딴지걸고 발목잡으며 은근히 압박을 주게되면 '조폭개혁'이 된다.
엊그제 독립기념관에서 쇠갈고리를 들고 윤전기 철거시위 퍼포먼스를 벌인 행동에서 언론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바로 그 전사단체가 신문 절독방법을 개발해 주겠다고 나선 것은 200년전 제퍼슨 시대의 언론사상 수준에도 못미치는 개혁만능적 발상이다.
국민을 오류와 진리도 구별해내지 못하는 우민집단으로 여기는 그릇된 우월감에서 일까. 개혁이란 이름도 듣기좋은 꽃노래나 약방의 감초처럼 안들어가는 곳없이 너무 자주 남용되면 약발이 떨어진다.
누가 개혁을 반대하겠는가. 문제는 방식과 개혁주체의 평형감각이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의 개혁실패가 그것을 말해준다.
정권의 눈에는 딴지걸기나 발목잡기로 보여도 언론이 보기에 그게 아니다 싶으면 자유로이 반론을 제기할 수 있고 또 그런 분위기를 고까워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민주적 선거에 의해 뽑힌 정권의 의무다.
언론과 적대적인 전쟁이나 하라고 권력을 쥐어주는 것이 아니다.
정권이 스스로 자기쪽 편드는 논리만 진리로 인정하고 반론은 항상 수구들의 오류라고 단정하여 그것을 권력이나 다수의 힘으로 꺾겠다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실패한다.
노 대통령의 인생대부(代父)라는 송모 신부님도 '특정언론사를 배제않고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지 않는가. 대한민국은 언론자유가 꽃피고 있는 민주국가이고 그 국가의 가치는 참여정부의 개혁가치 못잖게 더 높은데 있다.
조직적 집단의 힘으로 일망타진이란 전투적 용어를 써가며 뜯어고치겠다는 언론개혁, 그건 아닙니다 아니고요-. 언론자유와 개혁은 정권이 아닌 국민이 지켜주고 오류의 제어도 국민만이 할 수 있는 겁니다.
권언유착 끊기, 지역언론 육성 등 바람직한 노 대통령의 '참언론 개혁'만은 꼭 성공하기를 기대한다.